# 청춘의 빛은 사라져도
구절리역(九切里驛)
레일바이크 역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주변 관광지 : 아우라지 장터, 아라리촌
정선선 아우라지에서 구절리까지 열차 운행구간에 기적소리가 끊겼다. 에너지 확보를 위해 제1차 경제개발 5 개 년 계획의 하나로 지난 74년 개통됐던 산업철도가 제 몫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석탄 산업 합리화 사업 이후 만성 적자로 천덕꾸러기가 되어온 철마가 ‘아우라지’ 역사에서 멈춰 섰다. 정선아리랑의 애절한 사연이 깃든 절경 속을 신나게 달리던 레일 위를 이제는 레일바이크가 누비게 되었다.
구절구절 흐르는 유천리 강과 꼬불꼬불 철선이 어우러져 붙여진 구절리 마을. 마을 사람들 태우며 정선 아리바우길 달리던 기찻길과 플랫폼은 옛 옷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고 멋지게 부활했다. 그 번듯함이 개천에서 용 난 듯,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버려진 철도를 소생시켜 멋진 레일바이크를 달리게 하고, 여행객의 숙소로 기차 펜션을 만들어, 정선의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볼 수 있는 낭만을 제공하고, 개미, 여치가 음료를 제공해 주는 카페 역할을 한다.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한껏 갖추고 있다.
정선선 아우라지역
레일바이크 역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여량 6길 17
구절구절 구절역에서의 재미있고 액티브 한 풍경은 아우라지역까지 이어진다. 아우라지역에는 곤충이 아니라 물고기다. 민물고기 어름치가 재미있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입구는 어름치 주둥이다. 입구로 들어가면 거대한 물고기 뱃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흥미로운 발상이다.
역 이름이 순수 우리말이다. 옛 역명은 여량리의 이름을 딴 여량역(餘糧驛)이었다, 두 개의 물줄기가 이 역에서 어우러지며 합류한다는 의미로 아우라지역으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우라지역에서 한자 표기가 一驛으로 나와있다. 혼자서 뜻풀이를 해 보며 싱긋 미소 지어본다.
이곳은 정선 아리랑의 본고장이다. 정선 아리랑 노래에 얽힌 재미있는 설화가 많지만, 그중 하나, 여랑리와 관계된 이야기를 옮겨본다. 아우라지 나루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두 마을, 즉 여랑리와 유천리의 처녀와 총각이 서로 사랑을 하였다. 여랑리 처녀는 날마다 싸리골 동백을 따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유천리로 건너가 정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 여름 장마로 홍수가 져 물을 못 건너가게 되자 총각을 만날 수 없게 된 처녀가 이를 원망하여 부른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 <강원도 정선군의 한 마을에 어떤 양반이 살고 있었다.>로 시작되는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으로, 조선 후기부터 문학의 배경으로 자리매김한 지역이기도 하다. 부자 상민이 지독히도 가난한 양반의 빚을 갚아 주고 양반의 신분을 양도받으려다, 양반의 굴레가 너무 엄청나서 도로 물렸다는 교훈적이며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남한강 1000리의 물길과 수많은 명산으로 수려함을 자랑하는 대자연 속의 정선은, 그렇기에 옛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애절한 사연과 역사적 사건들이, 후대에 예술로 승화된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들어내게 하였을 것이다.
도로의 끝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아우라지역, 驛舍를 통해 플랫폼으로 들어갔다. 철길 따라 걷는다. 철길 따라 태산 같은 민둥산이 버티어 있어 그 모습이 장관이다.
눈에 익은 차단기. 나 어릴 적, 차단기 앞 작은 막사에는 역무원복을 입으신 철도원 아저씨가 계셨다. 기차가 올 때면 나와서 호루라기를 불면서 깃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셨는데,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어쩌다 이런 간이역을 만나면, 역무원 대신 주민 어르신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시는 것을 보기도 한다.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방문일 : 2020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