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을 내었다. 지인들에게 책을 냈다고 알려야 하는데, 알릴만한 지인이 몇 사람 없다. 친구들은 대부분 책을 안 읽는다. 가장 큰 핑계(?)는 눈이 아파서이다. 난생처음 생각지 못했던 책을 내게 되었을 때는 내가 붕 떠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책을 냈다고 하며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번이 세 번째, 이제야 철이 들었다. 책을 받고서는 표현은 하지 않지만 난감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축하한다는 말 정도 해 주는 친구는 고맙다. 어떤 친구는 노골적으로 “나는 책 안 읽는다.”라고 책 보내주는 것을 거절하기도 한다. 또 어떤 친구는 생각해 준다고 서점에 가서 책을 한 권 구입해 와서는 나에게 도로 준다. 한 권이라도 아껴서 또 쓰라는 참된 마음을 알기에 섭섭지는 않다. 단지 생각해 주는 방법에 살짝 미소를 삼킬 뿐이다.
물론, 정말 축하해 주는 친구도 있다. 재미있게 잘 읽었고, 몇 번을 읽었고, 다음 책은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 친구도 있다.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1950년 생, 그때라고 좋은 책이 없었겠는가마는 지금처럼 쉽게 책을 구할 환경은 아니었다. 또 책 한 권 구입하는 것이 사치로 느껴질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시대였다. 그나마 70 ~80년대 접어서 도서 대여점, 비디오 대여점이 활성화되어 동네에 서너 곳은 생겨서 나 같은 사람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렇게 바쁘게 살다가 60이 넘어서 70, 80대가 되어 현장에서 손을 떼게 되니, 그 무료한 시간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여자들은 손자들을 보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자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해 줘야 할 일에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남정네는 시간이 넘쳐난다. 그러니 가는 곳이라고는 산이다.
어쩌다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 날, 지하철을 타면 등산복 차림의 내 또래 남자분들을 많이 본다. 대부분 건강해 보여서 좋기는 하지만, 이 인력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스러움이 마음에 담긴다. 그 속에 나 또한 포함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