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육상을 했던 10년 전 기억을 떠올려 쓴 글입니다. 훌쩍
부끄럽지만 저는 달리기를 꽤 잘 하는 편이었습니다. 학교 대표로 육상대회도 출전하고, 10km 어린이 마라톤에도 출전했었거든요. 저의 출전 종목은 보통 200m, 400m, 800m였는데요. 아시겠지만, 세 종목은 모두 뛰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200m는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달려야 해서 딱히 방법이라고 할 것이 없었지만요. 400m 역시, 계주라서 한 명당 100m씩이니 당연히 전속력이었고요. 달리는 방법은 800m가 중요했습니다.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뛰면 안 됩니다. 800m가 운동장 5바퀴라고 한다면, 3바퀴 반 정도를 뛰고 난 후부터 속력을 내고 끝이 다가올수록 완전히 전속력을 내야 했습니다.
그때 육상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방과 후에 운동장에서 육상대회에 나가는 친구들, 체육선생님과 함께 육상 연습도 진지하게 했었네요. 그리고 대회날,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도 꽤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학교에서 친구들, 선생님들께서도 응원을 왔던 모습, 시작 전에 출발선에서 출발 포즈를 잡고 있던 모습까지 도요. 학교 운동회에서 계주를 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잘해야겠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마구 섞여서 정말 떨렸었어요. 특히 주종목인 800m는 그나마 괜찮은데, 200m는 주종목이 아니라서 정말 불안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800m는 1등, 200m도 2등, 400m 계주는 1등으로 꽤 높은 성적을 얻고, 다른 친구들도 좋은 성적을 받아서 저희 학교가 1등을 했었어요. 트로피를 받고 육상부 친구들과 체육 선생님과 함께 신나게 고기를 먹으러 갔던, 초등학생 때의 풋풋한 추억입니다.
그런데, 이 추억까지는 참 귀엽고 풋풋한데요. 800m 장거리 육상을 했었다는 이유로, 제가 또 학교 대표로 어린이 마라톤에 나가게 되어버린 거예요. 정말 자신도 없고, 해 본 적도 없는 마라톤인데 무조건 나가라고 하시니 거의 떠밀려서 나갔었네요. 물론 42.195km는 아니지만 어린이 마라톤의 거리인 10km도 정말 불안했었어요. 그때 나가서, 여자와 남자 어린이가 다 같이 뛰어서 제가 여자 중에서는 2등을 하고, 남자까지 합쳐서는 10등을 했었어요.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은 결과였지만, 끝나고 진지하게 결심했죠. '앞으로 마라톤은 정말 절대 하지 말자.'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는 학교 운동회에서의 계주 이외에는 육상대회나 마라톤은 전혀 나간 적이 없네요. 그래도 육상을 맛보기라도 조금 해 보았는데도, 마라톤은 정말 힘들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그걸 어떻게 뛰었나 싶어요. 지금은 정말 10km가 아니라 1km도 못 뛰는 체력이 되어버렸는데, 그때 제 몸에 잠시 다른 영혼이 들어왔던 건가 싶기도 해요. 명절에 사촌언니, 오빠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산소에서 내려오다가 사촌오빠가 저한테 "다영아. 너 약해 보이는데 그래 가지고 걸어는 다니겠어?"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곧 넘어질 거 같다면서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네요? 처음엔 웃으며 넘겼는데, 몇 번을 계속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보니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 거였나 봐요. 절 모르고 하는 소리죠~ 휴. 이때, 10년 전 이야기 또 꺼내야 하나 싶었네요. 그리고 할아버지 산소에서 감을 던져야 한다고 해서 저도 감을 던졌는데, 제가 던지는 자세를 보더니 동생이 "누나, 누나 지금 그거 웃기려고 그렇게 던진 거야?" 하고 진지하게 물어보더라고요. 자세가 좀 많이 어정쩡했나 봐요. 훌쩍. 창피했네요. 계속 이런 말을 들으니, 전 고전적인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죠. 10년 전 초등학생 때의 이야기요. 그런 거 있잖아요. 내가 옛날에는~ 이랬어~ 이런 거요. 제가 딱 그랬네요. 훌쩍 "내가 그래도 10년 전에는~ 학교 대표로 육상선수로 시대회도 나가고 그랬어~ 어린이 마라톤이랑 육상대회도 나갔어~" 아무도 안 믿더라고요. "에이~말도 안 돼. 제대로 뛰지도 못할 거 같아." 동생이 옆에서 사실이라고, 학교에서 다 같이 응원 갔었다고 하자 다들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는, "진짜? 대박!"을 연발했네요. 물론, 지금은 전혀 아니라는 사실은 적당히 묻어뒀지만요.
네. 정말, 생각해보면 "대박!"을 연발할 만큼, 힘든 일이에요. 특히, 42.195km라는 코스는, 마라톤은, 정말 체력보다도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할 만큼요. 당연한 사실이지만, 42.195km라는 거리가 정말 쉽지 않죠. 너무나 길고, 중간에 쉴 수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42.195km보다도 훨씬 길고, 거기다 울퉁불퉁하게 거칠고, 심지어 장애물도 있고, 앞의 코스도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인생'이라는 육상경기를 뛰고 있어요.
'인생'이라는 육상경기가 너무나 쉽고, 편하고, 100m 달리기처럼 술술 잘 풀려서 걱정이 없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러기엔 인생은 참 길고 장애물도 많은 편이에요. 달리기인데도 뛰면서 생각도 참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자신을 앞서 가는 사람에 비해 뒤쳐지면 자신감도 떨어져 버려요. 그래서 육상경기 도중에 많은 사람들이 포기를 하기도 하고, 지쳐서 쓰러지기도 하고, 경기장을 이탈해버리는 마음 아픈 상황도 벌어져요.
그런데, 다른 육상 종목과 다르게 '인생'이라는 종목은 특이한 점이 있어요. 바로 달리기를 하는 중간에 쉴 수도 있고, 자신을 격려해주는 사람도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늦었다고 해서 다시 시작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요.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평생을 함께 살아가며 용기와 힘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요. 100m 같은 단거리 종목은 출발이 늦으면 좋은 결과를 받을 가능성이 희박해요. 하지만 마라톤은 달라요. 끝까지 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전혀 모르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마라톤보다도 훨씬 긴 종목에 출전한 사람들이에요. 자신의 목표, 그리고 꿈만 확실하다면 언제 시작해도 절대 늦었다고는 할 수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더 빠르게 뛰어가고 있다고 신경 쓸 필요도 없어요. 중요한 건 내가 마지막 결승선까지 노력해서 뛰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제 말은, 그대는, 당신은 정말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거예요. 힘들다고 느낄 수 있는 종목에서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뛰고 있으니까요. 지금부터 하는 말은 모두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이렇게 부족한 저의 글까지 읽어주시는 그대의 배려심과, 글을 사랑하는 그대의 모습도 정말 멋져요. 진심이에요.
모든 게 생각처럼 쉽게 되지는 않지만, 그래서 가끔 지칠 때도 있고요. 아니, 가끔이 아니라 '자주'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대는, 당신은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뛰고 있는 현역 선수예요. 멋있고, 대단합니다. '인생'이라는 종목이 참 힘들고, 지칠 때가 많지만요. 시작한 이상, 이렇게 출발한 이상. 우리, 마지막에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해보기로 해요. 힘들 때는 쉬어가도 괜찮고요. 너무 스트레스 받거나 그럴 정도로 무리해서는 안되고요.
사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부터 지금 저의 글. 모두 흔한 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요. 지금, 그대는, 당신은 잘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모습 그대로. 편안하게. 너무 자신을 압박하거나 불안해하지는 말고요. 알죠? 지금 그대로 충분히 멋지니까, 힘내요. 알겠죠? 힘내는 거예요!
하나, 둘, 셋! 아자! 아자! 그대,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