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사함으로 쓰는, 이상형(理想型)의 엄청난 힘!
그런 질문. 많이, 편하게, 자주 하는 거 같아요.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요?”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형’이라는 건 정확하게 어떤 뜻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면 이상형(理想型) '[이ː상형] [명사]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유형.'이라고 나옵니다.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완전한 유형이라... 네. 역시 쉽지 않네요. 가장 완전하다는 건 뭘까요? 네. 물론 모든 사람마다의 이상형은 다를 테니까요. 이상형의 기준이 외모일 수도 있고, 성격일 수도 있고, 똑똑하고 지적인 분이 이상형일 수도 있으니 가장 완전하다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네요.
‘이상형’에 대해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사실 부모님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엄마세요. 저희 어머니는 대학에 들어가셔서 20살에 아버지를 만나셨는데, 그때 첫 만남에 아버지를 보시자마자 바로 ‘파파파팍!’ 하고 전기가 오는 그 느낌! 그 느낌이 왔다고 하시네요. 그 이유가, 다른 게 없어요. 정말 간단했어요. 바로 ‘하얀 피부’. 이 한 가지였다고 하시네요. 그 한 가지 이유로 시작된 만남으로 부모님이 8년을 넘게 만나셨고, 아버지가 군대를 가신 동안 어머니가 기다리셨고, 결혼을 하셨고, 저와 제 동생이 이렇게 태어난 거죠.
그러니까 이상형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정말 어마어마한 거예요.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태어나게 했으니까요. 지금도 어머니가 농담 삼아 말씀하시기를,
“그때, 너희 아버지는 하얀 피부 덕에 나랑 결혼했지.”
하고 이야기하세요. 정말 그때의 사진을 보면 정말 아버지의 피부가 정말 두부처럼 새하얗고, 어머니는 피부가 약간 가무잡잡한 느낌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아버지가 워낙 등산을 좋아하셔서 피부가 예전보다 많이 탄 편이에요. 어머니는 많이 하얘지셨고요. 그래서 어머니가 가끔 아쉬워하시기도 하시네요. '그때 너희 아버지 피부가 진짜 하얬는데...'하시면서요.
정말 아무것도 안 본거예요. 아, 피부 하나 보신 거죠. 어머니의 말씀을 빌리자면
"그때 너희 아버지가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 처음 그냥 보자마자 하얀 피부 때문에 이상형이라서 만나게 된 거야. 그 후에, 결혼할 때 아버지는 직장이 없었어. 난 직장이 있었어. 그래도 직장이 대수인가. 그거야 뭐 결혼해서 열심히 살면 되는 거지. 군대 갔을 때도 3년을 꼬박 기다렸어. 그냥 순수하게 다른 거 아무것도 안 보고 그냥 좋고 사랑하니까 기다리고 결혼한 거야. 진짜 그냥 순수하게 서로 좋아서 만난 거지."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대학에서 서로를 처음 만나셔서, 태어나 처음으로 사귀게 된 상대방과 결혼을 하셨다고 해요. 그러니까 정말, '첫사랑'인 거죠. 어머니는 아버지의 하얀 피부, 아버지는 어머니의 호리호리한 체형에 긴 머리가 좋으셨다고 해요. 이렇게 쓰면서 떠올려보니 뭔가 흐뭇한 웃음이 나네요. 부럽기도 해요. 힛
그래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영어를 가르쳐줄 테니까 카페로 나와."라고 하셨다네요? 아버지도, 어머니가 지나가는 모습에 첫 느낌이 확 왔나 봐요.(갑자기 뭔가 좀 부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런데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영어 가르쳐준다고 했는데 막상 나가보니까 영어는 단 한 번도 안 가르쳐줬어."
.......... 뭐.... 영어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가요...... chicken, pizza, call, selfcamera 이런 거 정도만 알면 되죠.... 그쵸?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네요. "다른 거 뭐 조건이고 뭐고 막 따지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평생을 함께 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란다. 우선,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해야 해. 평생을 함께 하면서 힘든 일도, 어려운 일도, 화가 나는 일도 얼마나 많겠니? 그럴 때마다 그 상황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건, 서로를 사랑하기에 가능한 거야. 그러니까 조건이고 뭐고를 따지는 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해."라고요. 네.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요.
물론, 제가 조건을 따질 만큼 잘나지도 못했기 때문에, 힛. 어차피 조건을 따질 생각은 원래부터 없었지만요. 첫사랑으로 만난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 이야기도 많이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워낙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사랑도 결혼도, 진심이 있어야 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그래요. 그런 말도 많이 들어요. 철없다, 현실성 없다. 그런 말도 많이 들어봤어요. 친구들도 그런 말도 하더라고요. 놀라기도 했고, 제가 정말 현실성이 없는 건가...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요. 어차피, 조건을 따질 수 있을 만큼 잘나지도 못했고요.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그저 적당히 조건 맞춰 결혼하는 것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철없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네요. 훌쩍.. 근데, 저희 부모님도 이렇게 지금까지 잘 살아오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부모님처럼 그렇게 '파파파팍!' 전기가 튀는 그런 느낌을 받아서 그렇게 운명적으로(?) 사랑해보고 싶네요. 그게, 이상형의 힘 아니겠어요? 이상형(理想型) '[이ː상형] [명사]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유형이요! 가장 완전한 사람을 만나는, 그렇게나 안전한 일이! 왜 현실적이지 못한 일이겠어요? 그렇죠?
자! 그럼 이 글을 보고 계시는 그대도, 허점 투성이지만 여하튼 지금까지 이 글을 쓴 저도! 언젠가는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이제 정말 곧 봄인데요. 여러분 모두, 샤랄라 한 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