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or NO
일전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현대미술관 Gallery of Modern Art :GoMA에 갔었습니다. 미술관의 꼭대기 층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더군요. 제가 인상 깊었던 것은, 그 공간이 생각보다 컸을뿐더러, "이건 하지 마세요~ 저건 조심하세요."라는 문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주의사항인가~? 싶어서 보면, "너 마음대로 해보세요!!!"라는 글귀가 대부분. 그래서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이 공간에서 만지고, 그리고 놀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화가 놀이를 할 수 있게끔, 장난감 팔레트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영국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 전에도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죠~ 그 전시에서 밀키를 비롯한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화가 모자를 쓰고 가짜 팔레트의 물감을 묻혀 열심히 칠하는 시늉을 했던 것을, 아마 가셨던 분들은 기억나실 겁니다^^
이곳에서 가장 예뻤던 것은 바로, 아이들의 그림입니다. 모노톤의 거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이는, 아이들의 그림이 잔뜩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그림으로 쿠션도 만들어 두었죠. 자신의 손바닥이 찍힌 쿠션이라, 얼마나 보면서 뿌듯할까요.
이곳 아이들은 종이뿐 아니라 유리 재질에 그려도 보고 붙여도 보고, 다양한 질감과 색상을 탐구하며 열린 사고를 갖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자기표현' 그 자체이기 때문에 무척 중요해요. 이를 잘 갖춘 어른이 되느냐의 여부에 따라 나중에 삶에 질이 좌우되죠.
밀키가 유리창에 그림 그려도 되냐고 물었을 때, 처음엔 그냥 '종이에다 그리자~'라고만 했습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유리창에 왜 그림을 그리면 안 되지?'라고 스스로 묻게 되었습니다. 유리창에 그림을 그리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는데도 말이죠.
1. 지우면서 물티슈로 닦게 되니 자동으로 창문 청소가 된다
2. 아이는 빛이 투과하는 색상을 보며 탐색하고, 따로 셀로판지를 사지 않아도 그 효과를 낼 수 있다.
3. 바깥을 보며 넓은 면적에 그림도 그리니 재밌다.
그래서 하나 샀습니다. 유리창에 그리는 용 크레용^^
★ 밀키맘의 팁 ★
1. 마스크도 그리면 더 재미있습니다.
따로 탈을 만들어 줄 필요가 없네요^^
2. 선을 그려주면 색칠공부가 됩니다. 5-6세가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3. 빛이 투과되는 이점을 활용해 모자이크 그림도 시도해 보세요!
1. 유리창에 물을 뿌리고, 얇은 한지를 붙여보세요. 창문에 세게 달라붙지 않아 떼기 쉽고, 종이 질감도 느껴보며 잠시 동안 예쁘게 창문을 꾸밀 수 있어요.
2. 나무를 하나 그려주고, 나뭇잎을 붙이게 하는 놀이도 즐겨 합니다.
물뿌리개를 좋아하는 우리 집 밀키는, 그리는 것보다 지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물수건으로 쓱쓱 닦는 것도 괜찮지만 이왕이면 지우는 것도 놀이로 삼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물이 흘러내리니, 바닥에 휴지를 좀 깔아주세요~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광장, 박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말 많은 경우에 아이를 제지하게 됩니다. "흘리지 마라, 어지르지 마라, 뛰어다니지 마라 등등."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꼭 필요한 말이 아닐 때도 왕왕 있는데, 그걸 다 듣고 있는 아이는 정말 힘들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놀이에서만큼은 아이를 평소보다 더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간 금지했던 유리창 낙서라는 규칙을 하나 풀어주고, 놀이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게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삭막한 아파트가 보이는 풍경 속에 작은 아이들의 그림들이 더해지니, 전보다 어른과 아이가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저 뿐만은 아니겠죠?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우영
‘밀키베이비’란 제목의 육아 그림 에세이를 네이버 포스트, 브런치에 동시 연재한다.초보 부모의 서툼, 일하는 부모의 고충,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한 가족의이야기를 ‘엄마’의 시선으로 담는다. 아날로그적인 손그림과 담백한 문체가 특징. 육아잡지 맘앤앙팡, 디아티스트매거진 등 다양한 미디어와 콜라보하고, 두번의 전시를 열었다. 7월에첫 육아 그림 에세이 책을 출간한다. 인스타그램 @milkybaby4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