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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May 30. 2017

#감정불구

밀키베이비 육아그림에세이

2017 밀키베이비 - Knitting my Heart


회사에서는 감정적인 것보다 감정불구가 낫다


감정 기복이 컸던 20대의 저는, 회사에 들어가면서부터 감정을 억누르는 법을 하나씩 익혀나갔습니다. 조직에서 일할 때 감정은 플러스의 효과보다 마이너스의 효과가 더 많았고, 특히 디자이너 분야에서 '감정적이다' 란 이야기는 욕이나 마찬가지였죠.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비춰질 때, 내 이야기는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하다보니, 점점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어색하고, 낯설게 되었습니다. 내 감정을 대신 드러내 주는 드라마와 음악이 더 좋고, 감정을 자유롭게 분출하는 것은 어느 새 '예술가'나 '돈 많은 어떤 이들'에게만 허락된 특권같이 여겨졌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 열심히 일하던 어느날, 프로젝트를 접으라는 협의를 마치고 팀원들과 집에 돌아가다 함께 일했던 한 동료가 울분을 토하며 주저앉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이렇게 열정적이지 않았던가, 또 내 슬픔을 표현하는데 나는 이렇게나 주저하다니, 나는 감정 불구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 밀키베이비 - Knitting my Heart
감정충만한 아이를 보며 자기표현을 배우다


첫 육아를 시작하며, 감정 조절에 능숙해 졌다고 믿었던 나 자신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다시 한 번 경험했습니다. 자지러지는 아기 앞에서 내 감정 하나도 어쩌지 못하고 우울해 하는 나, 스스로를 몇 번이고 질책하다가, 어쩌면 이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득 들었습니다. 슬플 때 슬퍼하고, 우울할 때 괜찮다고 변명하기 보단 한껏 우울해 할 수 있는.

감정이 불구가 되기 전에, 아이를 만나 다행이다 여겨집니다. 자기 기분에 솔직한 아이를 보며, 저렇게 기분을 표현하는데 당당하고 싶다고 처음 느꼈습니다. 물론 초반엔 너무나 낯설었습니다. 억눌러 왔던 '감정'이라는 단어를 다시 이끌어내는 과정이 말이죠. 육아를 하며 느끼는 것을 기록하고, 되새겨보며 다시 한 번 내 안의 기분에 대해 느껴보는 훈련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육아와 생업에 급급해서 또다시 묻어두었다면 저는 제 자신을 발견할 기회를 영영 놓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적절한 수준에서 감정을 발산하고, 이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제 마음 속에는 저를 중 2병이라 놀리는 '꼰대 어른'이 하나 있었는데,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을 느껴요. 더 풍부한 언어와 감정으로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엄마가 더 좋은 것임을, 육아를 통해 알았죠.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열어주는 창구는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도 깨달았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그런 계기를 마련하셨으면 해요^_^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우영 
밀키베이비 제목의 육아 그림 에세이를 네이버 포스트브런치에 동시 연재한다초보 부모의 서툼일하는 부모의 고충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가족의이야기를 ‘엄마 시선으로 담는다아날로그적인 손그림과 담백한 문체가 특징육아잡지 맘앤앙팡디아티스트매거진  다양한 미디어와 콜라보하고두번의 전시를 열었다. 7월에  육아 그림 에세이 책을 출간한다인스타그램 @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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