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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Nov 16. 2016

[육아툰] 꼬마의 눈높이

허벅지 정도...?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


하루는 밀키가 감기가 심해져서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아침드라마가 틀어져 있는 브라운관을 무심히 보고 있었죠. 앞뒤 내용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아침드라마 특유의 '배신당한 여자의 오열 신'이었습니다. “악!악!!” 소리를 지르면서 책상을 뒤엎는 격한 장면이었는데 그 순간 밀키가

“저 언니....”

하며 입을 뗐습니다. 저는 왠지 부끄러워서 저걸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 저 아줌마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물증을 잡으려다 실패해서...라는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 난감해하고 있는데, 

“저 언니, 장난감 정리하려다가 넘어져서 우네.”

라고 단박에 상황 정리를 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런거 같네." 하며 전 입을 다물었죠. 정말 세 살 다운 해석이다 싶으면서, 어른들의 지저분한 세계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하기 싫어지고 말았습니다.



#태어난 것은 아기인데, 엄마도 다시 태어난 것 같아.


먼지가 자욱이 쌓인 연필깎이를 발견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 아기. 이리저리 연필을 깎아보고, 제게 물어가며 이 기구를 탐구하곤 합니다. 밀키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아마 연필깎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건 추억의 물건이 되겠구나 싶네요. 
아파트 밖으로 나가면 온갖 ‘탐구생활'이 펼쳐집니다. 자세히 본지 20년은 훌쩍 지난 것 같은 벌레들, 특히 지렁이, 쥐며느리를 건드려보고 함께 낄낄거리죠. 길가에 난 풀의 이름을 물어대는 통에 잡초에 관한 책도 읽고 있습니다. 혹시나 만지면 안 되는 풀이 있는지, 혹은 맛을 봐도 되는 열매는 있는지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지난한 20대 시절 전 길가에 눈길 한번 준 적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 덕분에, 건조한 감성에 단비가 내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요즘은 을 구워서 ‘앗 뜨거워, 앗 뜨거’ 하면서 같이 겨울을 느끼기도 합니다. 향기, 색깔, 그리고 달콤한 맛까지 오감으로 짜릿하게 느끼는 기분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함께 올해의 마지막 계절로 들어서고 있네요. 이 꼬마와 함께 있어서 정말 좋다, 라고 무심히 느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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