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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Feb 26. 2018

단순한 장난감에 더 즐거워하는 아이, 왜?

밀키베이비 아트놀이


나의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그 장난감


밀키는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나는 의미 없는 장난감의 음성과 (그것이 영어라 할지라도) 단순한 아이의 놀이 패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툭툭 나오는 음성이 나와 아이의 대화와 집중을 방해했다. 그 음성은 아이의 반응에 의해 나오는 것도 아니었으며, 아이는 한 번도 그 음성(영어)을 따라 하지 않았다. 그저 장난감 혼자 떠들어대는 것에 불과했다! 이 장난감은 우리 것이 아니었지만 아마도 누군가에게 판매할 때는 아이의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며, 다양한 놀이 패턴이 가능하다고 선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한정되어 있는 기능에 충실했다. 왜냐하면 너무 냉장고는 냉장고스러웠고, 공구세트는 정말 공구세트스러웠기 때문이다. 장난감이 실제와 너무 비슷하면 아이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연구결과가 떠올랐다.  




놀이에 중요한 것은, '부족'


나는 우리 집 거실로 돌아와 주변을 둘러봤다. 나무젓가락, 종이 빨대, 조금 오래된 푸실리 파스타, 냉장고에 3개뿐인 마시멜로우. 이걸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은 내가 어릴 적 놀던 방법이다. 주변에 보이는 것을 모아 뭘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내가 콜라주 작업을 할 때도 쓰는 방식이다. 그 즐거움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처음에 나는 더 많은 마시멜로우와 재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마트에 가서 가득 사 올까 고민했다. 웬걸. 아이는 그 부족한 재료로 장장 2시간 동안 한없이 웃고 떠들며 즐겁게 몰입했다. 


엄마는 아이가 무엇을 더 재미있어하는지는 단숨에 안다. 밀키는 재미있다, 재미있어! 를 연발했다. 엄마로서 뿌듯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놀아야 할지는 아이가 결정하게 두었다. 처음에는 마시멜로우로 단순히 젓가락과 빨대를 이러 어떤 건축물을 완성하려고 했다. 그것뿐이었다. 그것은 이상한 물체로 변했고, 사다리로 변했다가, 다시 토끼로 변했다. 마시멜로우는 갈수록 찐덕해졌다. (으윽!)


아이는 한차례 손을 닦고 난 후에 원래 파스타가 들어있던 통에 파스타와 마쉬멜로우를 집어넣고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같은 재료였다. 낚싯대는 빨대나 젓가락이었다. 주황색 파스타는 물고기가 되어 마쉬멜로우가 묻어 더욱 찐득거리는 낚싯대에 딸려 올라오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또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허리와 목이 아파서 도저히 더 할 자신이 없어 먼저 두 손을 들었다. 아이는 아쉬워했지만 자기도 허리가 아파왔으므로 산책을 하러 밖으로 나왔다. 


토끼를 만들어, 지지대를 만드는 밀키


밀키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충분한 장난감과 재료가 곧 재미와 창의력을 뜻하는 게 아님을 직감했다. 우리는 재료가 부족했고 그래서 더 머리를 굴렸다. 아이는 아마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값비싸고 멋들어진 뭔가를 사준 것도 아닌데, 집안에 굴러다니는 것을 한 곳에 모아준 것만으로도 아이가 행복해하다니. 사실 그런 놀라운 예는 여러 번 있었다. 


디아티스트 매거진에서 [디자이너 엄마의 창의적인 놀이 레시피]를 연재를 할 때 첫 번째로 했던 놀이는 더 단순했다. 당시 밀키에겐 해외 각국에서 사 온 독특한 장난감과 워크북들도 있었다. 하지만 연재물은 우리 주변에서 구하기 쉽고, 따라 하기도 쉬운 것들로 선별했다. 시작은 내가 수집하는 마스킹 테이프를 매트에 찍찍 붙여 사방치기를 했던 것이다. 이를 너무 재밌어한 밀키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고, 많은 맘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다른 연재물 놀이도 마찬가지다. 밀키는 여전히 (내가 아끼는ㅠㅠ) 화초를 뜯어 절구에 찧고 약을 만들고 놀며, 글라스 마카로 베란다 창문에 잔뜩 그림을 그려놓고는 흐뭇해한다. 



여전히 나는 아이에게 부족한 놀이시간 대신 뭔가를 사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워킹맘이다. 하지만 자주 이런 경험을 할수록  그 초조함은 어떤 확신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아이의 놀이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장난감이 아니라, 본인의 재치를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이다. 그 '창의적인 환경'은 부모가 만들어줄 수 있다. 맥가이버가 괜히 유명한 게 아니다. 비루한 조건에서 최대의 기지를 발휘했던 그는 아마도 어렸을 때 소위 완벽한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았으리라. 




*이 글은 관련 연구자료를 참고하여 쓴 에세이입니다. 


Research 1) 영유아 놀이환경에서 장난감의 개수가 주는 영향 The influence of the number of toys in the environment on toddlers’ play  hightlights "Fewer toys at once may help toddlers to focus better and play more creatively."

2) 단순한 디자인의 장난감이 지닌 좋은점 The Benefits of Open-Ended Toys for Kids  hightlights "Open-ended toys are those that can be used in a variety of ways depending on the children, the day, their imagination, and desire. They foster play, creativity, and imagination."




밀키베이비 작가 김우영

일러스트레이터, 영상작가. 17년 7월, 그림 에세이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했다. <경남국제아트페어>,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글로벌 아트콜라보 엑스포> 등 국내외 다수의 전시에 그림을 출품했다. <삼성>사내 칼럼에 연재하고, <현대><SPC>등 다수의 기업, 미디어와 활발하게 콜라보하고 있다. 중이다. <디아티스트매거진>에는 ‘디자이너 엄마의 창의적인 놀이 레시피’를 연재하며 아이와의 아트놀이를 연구하고, <서울문화재단>의 영상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일러스트가 가미된 '가족 아트여행'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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