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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Oct 27. 2021

잊은 줄 알았던 기억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누구나 아픈 기억 한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고

영영 기억 속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내 기억에서만이 아니라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그때.


그 일들의 시작은 나의 잘못일 수도,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억은 색이 바래고

진한 색들만 또렷이 남아서 그 기억을 채운다.


아니면 누구에게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그 일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제 3자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저 자극적인 어떤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채로 그 기억은 박제당하는 것이다.


난  어제 그 박제당한, 짙은 색만 남은 이야기와 마주했다. 본인들의 일이 아니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순간을 딱들이고 보니 사람이라면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움푹 파여 쓰라린 상처에 겨우 세월의 먼지를 덮어 꽁꽁 숨겨두고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 먼지들을 후 불어버리곤 상처를 찔러대며 "난 이 상처에 대해 알아"라고 말했다.


사실은 담백하게 빼내고 감정만 남긴 채,

누구의 감정인지도 모를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울어버렸다.


과연 사람들은 상대의 마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은 하는 것일까....

생각하는 척 하는 말들도 결국 연약한 살결에 생채기가 생기게 만드는 것들뿐이다.


본인은 다 안다며 내뱉는 말들도 결국은 자신을 위한 말들이거나 철저히 아픈 이의 상태나 감정은 배제된 제3자의 논리들.


차라리 바깥 세상은 나와 분리된 곳이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곳에서는 어떤 이야기들도 내 귀에 들리지 않고 입만 뻥긋 거리는 모습이 마냥 우스꽝스러웠으면 좋겠다. 손과 손이 닿기 위해 사람이 간절해지고, 내가 간절해지는 그런 순간이 온다면 그땐 정말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 귀를 막고,

내 눈을 막고,

그렇게 세상에 던져지면

살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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