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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May 26. 2016

[낯선 생각]홀로서기

2015년 11월  어느 날

서른 다섯.

이제 11월 하순이니 나는 35살을 꽉꽉 채운 나이다. 그리고 35살의 멋진 내 친구들은 대부분 미혼이다.

그들은 결혼을 못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비단 나의 주변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에서 점점 번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라 짐작한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혼인건수가 30만 여 건에 그쳐,

1000명당 혼인 건수가 6건으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한 평균 초혼 연령이 남자는 32.4세,

여자는 29.8세로 10년 전보다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 높아졌다.

결혼을 점점 늦추다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이혼율은 11만 5천 쌍으로,

하루 평균 316쌍이었다. 이혼율이 늘고 있는 이유 중

큰 부분은 황혼이혼 때문이라고 한다.


결혼을 하지 않아서 혼자인 사람들,

이혼을 하면서 혼자가 된 사람들.

아니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라 느끼는 사람들까지.


우리는 어쨌든 ‘홀로서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1987년 발표된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라는 시집을 본 적이 있는가.

물론 필자는 어렸을 때라 몇 년이 지나서야 읽었던 시집이지만 지금도 종종 찾아보는 나만의 스테디셀러이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가 있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 사랑한다는 것으로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 욕심을 낸다.

그 사랑이 사람이든, 일이든, 무엇이든 자꾸만 욕심을 낸다.

나 역시 모든 것에 욕심을 내어 자꾸 스스로를 옥죄이고 괴롭혔으며, 자꾸 화를 냈다. 하지만 사랑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당연히 어렵다.

당연히 불가능할 것만 같다.

욕심을 버리고 내버려두는 것이 어떻게 사랑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그렇다.


사랑을 하고 있는 상대에게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오히려 욕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물통에 물이 꽉 채워져 있지 않으면 그것에서는

소리가 난다. 조금만 움직여도 철렁철렁 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두드려도 무언가 조금 빈 소리가 난다. 덜컹거리는 길에서는 가벼운 무게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이리저리 춤을 추고 다시 조용한 길로 들어설라 치면 물통은 어느새 제자리를 잃고 저만치 멀리 나가떨어져 있다.


우리 마음이라는 것도 이 채워져 있지 않은 물통하고 비슷한 것 같다.

따뜻함과 포근함으로 가득 차 있으면 참 좋으련만,

늘 부족하다. 그래서 조금만 부딪혀도 소리가 나고, 삐꺼덕거리고 나가떨어진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내 마음이 덜 채워져 있어서 그런 것이지,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사랑이 충만한 사람을 만나서 넘치도록

과분한 사랑을 받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현실에 딴 세상에서 짠하고 나타난 왕자님, 공주님이 아니고서야 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내 자신에게 욕심을 내고 스스로를 채워야 하는 것이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혼자서도 편안하고 혼자서도 즐거우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둘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 역시 홀로서기는 물론이고

혼자서 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정확하게는 혼자서는 놀지 못한다.

아직 식당에도 혼자 들어가지 못하고

겨우 영화 한 편 혼자 보는 정도이다.

그래서 나도 노력해 보려고 한다.

나를 가득 채워서 혼자서 충분히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아마 그렇게 되기까지 익숙하지 않는 상황들에서

소중한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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