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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May 26. 2016

[낯선 생각]삶이라는 여행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많은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여행’을 말한다.  새로운 곳으로 가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상에 찌들어 있던 나를 벗어던지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난다는 즐거움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고, 또 하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통해 느끼는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 자극 등의 긍정적인 스트레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긍정적인 스트레스라 하면 조금은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오늘의 우리들은 스트레스로 몸에 병이 들고, 스트레스로 마음에 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어떤 사람은 사소한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다고 말하고 뉴스에서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스트레스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힘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상과 마주하게 된다.

새벽 6시에 겨우 눈을 뜨고 졸린 눈을 비비며 억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일을 멈출 수 있다.

여행을 떠난 이상 늦잠을 자도 되고, 한 끼는 건너뛰어도 배고픔에 짜증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숨이 막힐 듯 목을 죄이는 넥타이도 풀고 시원한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닐 수도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숲에서 벗어나 울창한 숲을 걸어 다닐 수도 있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그런 도심에서 벗어나 피톤치드 가득한 상쾌함이나 시원하게 펼쳐진 바닷가의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가득 담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원한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녹록치 않다.  

1년 중에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되며,

일정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월급쟁이들에게 여행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일상에서의 탈출로 여행을 대신한다.  매일 가는 똑같은 길을 벗어나서 하루는 버스를 타고 전혀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통해 목적지로 가본다거나, 천천히 걸어서 주위를 살피며 그 길을 음미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일상을 조금씩 벗어나려고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하늘이 조금 더 보이고, 숨어서 보이지 않던 작은 풀들이 인사를 한다.

‘아, 여기에 네가 있었구나.’ 그렇게 하나씩 새로운 것들에 눈을 뜨면 똑같은 하루가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시간이 많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늘 꿈꾸는 여행은 이토록 우리에게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욱 갈망하는지도 모르겠다. 더 하고 싶어 하고, 늘 부족해 하고, 아쉬워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매일 여행을 하고 있다. 지금 이순간도 우리의 여행은 계속 되고 있다.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하루하루를 살아 내면서 한번이라도 미리 경험해 보고 알고서 살아낸 적이 있었던가?

또 늘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하지만 늘 똑같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루는 일이 술술 풀리기도 하다가 하루는 하는 일마다 문제가 생기고 잘 되지 않아 힘들기만 했던 날도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즐겁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하기도 한 새로운 하루하루를, 새로운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고, 나의 모든 것은 조금씩 변해만 간다.  아주 작고 어렸던 아이가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삶은 나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는다.


이렇게 우리의 삶이라는 긴 여행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얻어가며, 때로는 잃어도 가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행을 하고 있다.

그래도 삶이라는 여행은 나 혼자만 떠나는 외로운 여행은 아니다.  젊었을 때는 나의 배우자와 아이들이 함께 가족이라는 모양을 만들어가며 시행착오도 겪고 행복해 하기도 하고, 힘든 고비도 넘긴다. 이 여행의 목적지는 아이들의 행복, 아이들의 홀로서기이다.

나보다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모든 것을 내어 주는 여행, 그렇게 나에게서 나온 나의 아이들을 위한 희생을 알아가며 어쩌면 삶이라는 여행에서 가장 길고도 캄캄한 동굴을 걸어 나오는 도보여행일지도 모른다.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제대로 빛도 보이지 않는 곳을 멈추지 않고 걷고 또 걸어 드디어 나온 곳에서 잠시 주춤하게 된다.


아이들도 모두 자신들의 여행길에 오르고, 다시 혼자가 된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럴 때 우리는 다시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먼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 어떤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깨달아야 앞으로의 여행이 보다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젊은 시절에는 과감한 선택으로 도전도 해 보고, 실패를 하더라도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많은 것을 놔버린다. 그냥 포기하는 것이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라는 소설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물론 소설 속 주인공인 100세 노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 사고로 얼룩진 100년이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의 굴곡진 삶이 초점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끝까지 자신이 즐기려는 것에는 두려움 없이 당당한 그가 보였다.


 누구라도 이런 당당함을 잊지 않으시길 바란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당당함을 잃지 않는 자세로 여행을 떠난다면 두려울 것이 무엇이며, 겁낼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미 오랜 여행에, 또 그 여행의 여정에 조금은 지치기도 하고 설렘도 많이 사라진 후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새로운 나에게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최종 목표에 대해 묻거나,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부분은 ‘가족’, ‘재산’, ‘아이들’ 이라고 답한다.

물론 그 답이 완전히 잘못 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한 가지는 내 인생의 주인공은 가족이 아니라, 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은 가족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다.

내가 오롯이 행복할 때 가족들도,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고 재산도 그 값어치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여행을 떠나보시라.

그 속에서 나도 잘 알지 못했던 나를 느끼고,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많은 것들을 꼭 찾아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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