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작's 육아에세이
40도에 웃도는 고열로
결국 땡준이는 입원했다.
열은 나고, 춥고..
이것저것 짜증만 내던 아이가
결국 입원이라는 조치로 약간의 안정을 찾았다.
어쩌면 나의 안정이 필요했던 순간.
물론 링거를 꽂고
피검사를 하고, 항생제 반응검사를 하기까지
눈물, 콧물 빼는 순간은 있었지만.
엄마, 리모콘 나 할래.
집에선
형아와 할아버지한테
늘 채널 선택권을 빼앗겼던 터라
마음껏 원하는 텔레비전을 보고,
일주일에 한번만 할 수 있었던 탭으로 놀기도 듬뿍,
무엇보다 늘 바빴던 엄마가
옆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땡준이에겐 천국인가보다.
열이 팍 오를 땐 무척이나 힘들어하지만
지금 땡준인 충분히 위로 받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아픔과
그동안의 막내의 서러움과
워킹맘의 부재에 대한 화풀이까지.
쉬고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렇게 쉴(?)줄이야...
냉장고에는
초코우유, 딸기우유,바나나우유가
가득 들어차있고,
냉동실에는
하루에 하나 겨우 먹을 수 있었던
초코아이스크림이 한가득 들어있다.
엄마는 "땡준~ 과자먹을래~?"라고
너무나 따뜻하게 말해주고
모든 걸 다 포용하는 인자한 얼굴로 바라본다.
퇴원하는 날까지만(?) 받게 될 호화로운(?)생활
어쩌면 이렇게도 나랑 똑같을까?
혈관도 약해서 핏줄 두어번은 터트리고,
항생제가 들어가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기까지는
시리고 시큼하고 저리고
마구마구 아파하는 것이 나랑 똑같다.
눈물이 줄줄 흐를정도로.
나도 저렇게 아파서 알아요...
간호사이모가 "저렇게 아프진 않을텐데?"라고 하길래
내가 이렇게 말했다.
약이 들어간 부위 팔을
따뜻한 손으로
계속 주물러줘야 그나마 견딜 수 있다.
잠시만 멈춰도 팔에 칼이 꽂힌 것처럼 아파오니까.
그러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꼭 감싸고 있어야
겨우 안정된 상태가 된다.
나는,
땡준이는 그렇다.
그렇게 겨우 잠든 아이를 보면서
난 일을 할 거라고 노트북이며 자료들로
병실을 가득 채워놨는데
정작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오면 나도 지쳐 쓰러진다.
쉴 때는 그냥 쉬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은 이렇게 하면서도 머리 위로 가득 쌓인
일거리들이 날 괴롭힌다.
뒷골이 욱씬욱씬....
나도 위로받고 싶다.
날 가장 무겁게 만드는 '그것'이 알고싶었다.
아마도
나도 위로받고 싶은 것 같다.
일하는 것도,
부족하지만 아이들 키우는 것도,
뼛속까지 자유로운 영혼이 두 아이의 엄마라는
틀에 맞춰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공감,
그리고 따뜻한 위로.
난 지금 그것이 필요하다.
엄마라는 건 다 그런거야!
너만 그러고 사는 것 아니거든!
이젠 하미라가 아니라 엄마로 살아야지!
다 맞는 말이지만,
다 아는 거지만
한번씩은 나도 여자로서,
하미라로서, 작가로서 살고 있는 삶에 대해
토닥토닥...툭툭... 위로받고 싶다.
오늘도 결국은 주저리 주저리
넋두리만 했네.
열내리고 웃고 장난치는 땡준이가 이쁘다.
참 사랑스럽다.
그래. 이것도 큰 위로다.
고맙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