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가끔씩 아주 쓸데없는 일에
슬프게도 간절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 간절함은 살짜기 찾아와서
시큰거리다 마구 번지고
순식간에 나를 삼키기도 한다.
소리죽여 그 시리고 저린 부분을
떼어내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촘촘히 들어차버린 차가움과 아픔들이,
간절함으로 이름 바꿔서는 날 어지럽힌다.
몇 년 전,
합천의 밤하늘이 그랬다.
너무도 까맣고 아득했던 합천의 밤.
그리고 쏟아지는 별들이 눈물나게 아름다워서
너무 슬펐다.
잊을 수 없는 그날도 나는 무척이나 간절했던 것 같다.
일이 끝을 보이지 않는 요즘은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바쁘지만
살짝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또다시 그것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날 괴롭힌다.
'윙윙-'
두 눈을 크게 뜨고서 한참을 둘러보고서야
겨우 찾아낸 모기 한 마리.
조그마한 녀석이 존재감은 엄청나다.
귓가에서 윙윙.. 눈앞에서 윙윙..
그거 하나는 대단하다.
몇 번의 헛스윙으로 정신도 산만해지고
하던 일도 잠시 멈춰버렸다.
살짝 짜증도 나고.
- 사무실에 모기가 있어!
- 아, 진짜?
- 일하는데 계속 윙윙 거리더라고..
- 벌써 모기시즌이네. 그래서 잡았어?
- 아니, 못 잡아서 그냥 선풍기 켜놨어. 근데 선풍기 켜 놓으니까 무릎이 시려서 히터도 같이 켰어. 5월 중순에.
- 아이고, 우짜냐~
이런 이야기를 그냥 편안하게 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닌,
쓸데없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면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준다면..
- 그런데 무릎은 왜 시려?
- 늙었나봐. 한번씩 찬바람 드는 느낌이야. 슬퍼.
- 안 늙었어. 예뻐.
쓸데없는 푸념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해주는,
작은 변화도 알아차리고 슬쩍 표시내주는,
배고플 때 불러내면 안 먹어도 옆에 있어주는
그런 편안함이 간절한 오늘이다.
사람이 그리울 때면
자꾸 기대하게 된다.
잘못인 걸 알면서도
자꾸 기대하게 된다.
오늘은 사람이 너무나 간절한 날이다.
모기 한 마리가 시린 무릎까지 더 시리게 만들어서
나 되게 슬프고 서러웠노라고 투덜거리다
이젠 그만 잘래..하고 새우잠 자고 싶은
그런 날이다.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