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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Sep 18. 2021

작가 하미라

행복하다는 착각


어릴 때 나는 우리집이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그야말로 대가족.


그 안에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여느 집과 같겠지 하고 말이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지금 말하는 소위 투잡을 뛰셨다. 아빠는 고려아연에 다니셨는데 교대근무를 하셨던 때라 근무시간에는 일하고 근무하지 않을 때는 보일러를 고치는 일을 하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보일러 일만 하시며 자영업자가 되셨다.

  그리고 엄마도 아빠 하시는 일에 하루종일 매달리고 집에서는 시부모님 삼시세끼 챙겨드리고 어린 두 아이 챙기고 또 일하고 그렇게 사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강철로 된 로봇도 아닌데 내가 마흔이 넘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고 계신다. 여전히 정정하신 아흔 둘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계시며, 이제는 호랑이 기운이 없어진 아빠를 토닥이며 그 기운을 어느새 물려받은 아들살이에, 애는 둘이나 낳아서 돌싱이 되어 돌아온 딸까지 건사하시고 계시니 엄마 인생도 참 처량하다.

  

  하여튼 어린 시절의 나는 이런 엄마의 괴로움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고 여섯 식구나 되는 우리집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무엇보다 우리집은 참 행복한 집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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