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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줄임표가 상징하는 불확실성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1959) 읽고

by 박병수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없이도 마음을 살랑살랑하게 만들어주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25세의 젊은 시몽이 있다.

그는 직업도, 미래도 불확실한 채로 자유로운 영혼처럼 등장해 39세 폴의 마음을 뒤흔든다.

시몽은 단순히 젊은 연인 이상의 무언가다.


함께 책을 읽은 책 친구들이 말해준 대로 이 책은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작품이다. 특히 그가 폴에게 던진 말

"사랑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받는 게 중요하다" (민음사 2008년 출판 기준 11장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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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이 소설의 감정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준다.

이 말은 시몽의 내면과 폴의 외로움을 연결해 준다.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시몽은 첫인상부터 자유롭고 충동적이다.

그의 장난스러운 태도, 폴의 나이를 듣고 불쑥 휘파람을 부는 모습이 곧 젊음을 상징한다.

그가 폴에게 강렬히 끌린 이유는 그녀의 외로움을 알아챘기 때문이 아닐까?

시몽의 사랑은 지나치게 불안정하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지 않고 폴에게만 집착한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모습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 때문에 외로워지지 않기 위해서 나 자신이 더욱 온전해야 한다는 것이 나를 이루는 삶과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다.

시몽은 폴을 통해 자신의 무언가를 채우려 한다.

사랑은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그가 실제로는 가장 큰걸 상대방에게 받으려고 하는 셈이다.


시몽의 사랑은 진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가진 불확실성과 미성숙함은 안정감과 거리가 너무 멀다.

폴이 받길 원하는 걸 주고 있는 건지, 자기가 주고 싶은 것만 계속 주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시몽의 사랑은 때로는 이기적이고, 한편으론 순수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물었던 질문에서 시몽의 불안정한 사랑이 떠오른다. (작품 해설을 읽어보면 사강은 제목에서 문장부호가 물음표가 아니라 점 세 개로 이루어진 말줄임표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말줄임표로 끝난 미완의 사랑에서 사랑은 주는 것인지, 받는 것인지, 서로의 마음이 어긋나며 여백으로 남는 것인지 내게 질문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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