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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난다

by 박병수

개천의 물줄기는 좁아지는데

요행수는 없다

출발선의 차이가 결승선에 미치는 영향에

이 속도로 괜찮을까 싶을 때 부딪히는 장벽에

용이 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시대에 따라 '용 난다'는 정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1980 ~ 90년대 교육 기회 확대 덕분에

개천 출신이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공무원으로 올라서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암호화폐, 테크 산업, 크리에이터 등 새로운 영역이 '용'의 무대가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본과 정보의 집중도가 높아지며, 출발선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회는 시대를 막론하고 열려있다고 하지만, 기회를 잡을 초기 자원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용이 되는 가능성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계속 변한다. 특정 시점이나 공간에서 기회를 잡으면 확률이 올라가겠지만, 그걸 예측하려고 접근하는 건 다른 영역의 도전이다. '개천'이라는 출발점에서 속도 역시 중요한 척도로 여겨진다.


비트코인 개발 초기에 투자해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사례,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스톡옵션을 받아 단기간에 자산을 키운 사례들이 이런 속도 중심의 성공 신화에 속한다. 이 신화에는 큰 함정이 있다. 너무 빠르게 달려 커리어를 몰아쳐서 만나는 번아웃과 사회 단절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방향을 잡기 전부터 속도를 내서 숨이 차는 구조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아무리 빨리 달려도 원하는 결승선에 못 닿는다. 도착하고 보니 엉뚱한 곳에 와있을 수도 있다. '개천' 출신이 용이 되려면 속도와 방향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중요하다. 지금 사회의 속도는 계급별 고착화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스스로 정의하는 '용'을 향해 방향을 다잡고, 그에 맞는 속도를 조절하는 편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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