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오늘도 사이렌으로 시작하는 하루

전쟁의 한복판에서, 평화유지군의 아침

by Military Nomad

오늘 아침도 사이렌과 함께 눈을 떴다. 머리를 대충 빗고, 입고 잔 옷 그대로 슬리퍼를 끌며 좀비처럼 벙커로 향한다. 이제는 누가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고, 누구는 일어나고 누구는 그냥 자기도 한다. 1년 넘게 반복된 이 벙커 생활은 이제 거의 일상이 되었다.


한동안은 조용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궤멸되다시피 한 이후, 우리 캠프 주변은 비교적 평온한 나날이 이어졌다. 바로 옆 키부츠 인근에 로켓이 떨어지고, 격추된 잔해로 산이 반쯤 불에 타던 날들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잊혀질 만큼 조용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란이다.


사실 며칠 전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미군을 재배치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스라엘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래도 지난 수요일, 이스라엘군 연락장교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7월쯤에 뭐가 있을거야”라며 7월 임무 종료를 앞둔 동료들을 놀렸다. 그런데 바로 그 주에 이란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저번 주말부터 경보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고, 이란혁명수비대의 수뇌부와 핵 과학자들이 사망했다. 이란의 대응으로 텔아비브, 하이파 등 도심에 미사일이 떨어졌고, 하늘은 또 미사일로 화려하게 반짝였다. 우리 캠프에서도 두 시간에 한 번씩 사이렌이 울렸고, 우리는 그때마다 벙커를 들락날락하며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다.


며칠 전부터는 초음속, 혹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이곳 상공에서 대기권 밖에서 격추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밤하늘에 피어나는 오로라처럼 아름답지만, 그 정체를 알고 나면 아름답기만 할 수 없는 풍경이다.


다행히 내가 있는 골란고원 북부는 민간인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한국으로 치면 화천 봉오리쯤 되는 느낌이다(중대장을 여기서 한 지라..). 전략적 가치도 크지 않고, 이란 입장에서도 굳이 이곳을 노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곳도 시리아와 레바논, 요르단 접경지역이다보니 이스라엘군 주둔지나 군사시설이 주변에 포진해 있어, 언제 무엇이 날아와도 놀라지 않을 환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남부 골란고원, 우루과이 부대가 주둔한 지역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 무인기들이 접근했고, 다행히 모두 격추되었다.


재작년 임무단에 전개한 직후 전에 같이 독일 과정을 받았던 호주군 친구를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호주나 유럽의 군인들은 한번도 적을 맞닥드린적이 없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같은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했다.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나고. (결국 호주 친구는 돌아가서 PTSD를 진단받고 한동안 치료를 받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적'이라는 개념과 살아왔으니 이런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매일 머리위로 로켓,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상황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이스라엘을 돌아다녀보면, 예루살렘이나 종교적으로 의미있는 곳들을 제외하면 이 땅이 그렇게 욕심날만한 곳인가 싶다. 그런데 왜 여기를 두고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걸까. 이런 땅에서 틈만 나면 로켓이 날라오고, 아니면 어딘가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하는데서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스라엘이건 팔레스타인이건..


결국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얼마나 버텨내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전쟁을 하고 있는 군인도, 그로 인해 다치고 죽는 민간인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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