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앞에서 한 여자가 울고 있었다.
슈퍼마켓 앞에서 한 여자가 울고 있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제 막 헤어지는 젊은 연인을 목격한 것이다.
처음 연인을 지나쳤을 때 슈퍼마켓에서 티비 드라마 볼륨을 높인 줄 알았다.
당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출판 저자와 카페에서 나와 헤어지는 중이었기에 그들 상황을 미처 파악할수 없었다. 저자와 근황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여자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나한테 헤어지자고. 말할 수 있어?"
드라마에서나 들을 법한 대사 같아서 실제 대화인지 여자를 봤다.
남녀가 이별하는 중이었다.
슈퍼마켓 과일상점 피씨방이 늘어서 있는, 어디서나 흔히 목격되는, 건물 앞에서였다.
심각하게 대화하는 그들을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었다.
마침 횡단보도가 있는 신호등 앞에서 나와 그들은 함께 있었다. 보행 신호가 나오길 기다렸다.
진심으로 책망하며 슬퍼하는 여자 앞에서 남자는 몸을 움츠리며 미안해하고 있었다.
둘은 이 동네에 둘만 남은 것처럼 행인을 의식하지 않았다.
10월의 이별인가. 푸르고 멋진 날에 이별이라니 안타깝다.
여자는 울면서 경련을 하고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만 봐도 심적 고통이 겉으로 드러났다.
연인이 겪는 최악의 순간은 하늘 아래 내 편이라고 믿었던 대상이 남이 되는 때일 것이다.
경기도 어떤 평범한 주택가. 일상적으로 흔한 광경은 아니지만, 살면서 이별 순간을 겪게 되거나, 남의 이별을 목격한다.
그것은 연애와 닮았다. 연애도 누군가에게 영원한 비밀은 없다며 만남이 목격되기도 하고 스킨십을 들키기도 한다. 어떤 때는 우연치 않게 남의 연애를 목격하기도 한다. 원치 않는 순간이다.
연애와 이별은 동전의 양면처럼 닮았다.
한창 소설가로 활동하는 동네 형의 말이 떠올랐다.
이별의 부침을 겪고 나서
"우리는 다시 연애를 시작하지. 그것은 연애의 숙명이지. 연애하다 보면 이별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어있어."
이별을 겪고 단단해진다는 말을 작가답게 정리해서 말하던 형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론은 알고 있어도 이별 앞에서는 어린 애가 된다. 서툴고 서툴러서 우리의 이별은 괴롭고 연애는 난해하다.
나는 바삐 집으로 찾아갔다. 나는 혼자가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내게 고요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