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선지에 글을 쓰던 할아버지 문장
할아버지에게서 먹물 냄새가 났다.
먹물의 향기, 묵향이다.
우리 할아버지에게만 묵향이 난 것은 아니었다.
골목마다 묵향이 흩날렸다.
대문에 붙어있던 묵향 어린 화선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당대 할아버지들은 문장의 힘을 믿었나보다.
화선지에 신중하게 글을 써 내려갔다.
할아버지 시절 글을 쓰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글 한번 쓰려면 먹을 갈아야 했고 의관을 갖춰야 했다.
붓이 움직이며 화선지에 문장을 써 내려갔다.
먹물이 번지며 그려지던 검은 글자.
문장은 글이 아니라 그림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랬던가.
할아버지 문장은 기원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