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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Jul 01. 2021

동네의 귀여움을 발견하는 법

Feat. 우당탕탕 출근길




해가 일찍부터 뜨는 여름의 아침은 피곤하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서 눈을 뜨고, 잠에 들 거라며 방에 암막커튼을 해두지 않아서 요즘은 6시도 되지 않았는데 따가운 혹은 뜨거운 햇살에 강제로 기상하게 된다.


창문을 간신히 가리고 있는 알량한 커튼으로 어떻게든 가려보려고 하지만, 여름의 성난 태양은 아침이라고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지만,

여름의 출근길은 겨울보다 훨씬 재밌고, 생동감이 넘친다.


회사가 멀어서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는 나에게 겨울은 참 혹독한 계절이다. 온수매트가 나를 부르는데 겨우 그 질척임을 떨치고 일어나서, 씻고, 깜깜할 때 집을 나서는 힘겨움이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지하철역으로 종종걸음을 하곤 한다. 그 추위 속에서 평온하게 주변을 둘러볼 여력이란 한 톨도 없고, 손과 코과 시려서 한시라도 지하철역으로 골인하는 게 목표인 경주마가 될 뿐이다.


그리고 물론, 퇴근길도 대개 깜깜하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에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며 걷느라 2배쯤은 힘든 것 같다.


여름은 일단 나의 잠을 깨운 해로 인해 밝고, 대낮처럼 덥지는 않아서 한층 흥겹게 출근하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여름에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사냥꾼처럼 동네의 귀여운 모습을 포착하는 일이 잦다.




나처럼 잠이 덜 깨 보이는 치킨집 앞에 앉아있는 고양이라거나, "으앙~ 모기 싫어요"라는 문구가 너무나 어른의 글씨로 적혀있는 모기기피제 판매 광고판 이라거나, 카페 주인아저씨가 정성껏 돌보시는 해바라기라거나!


출근도 전에 이미 지치고 피곤하고, 또 집에 가고 싶은 현대인이지만 여름에는 게임 맵을 돌아다니는 캐릭터처럼 동네의 귀여움을 찾는 미션 수행을 위해 분주하다.


오늘 아침에도 역 근처 좌판에서 따끈따끈 옥수수를 파시는 할머니가 옥수수를 가져오시는 날에는 택시를 타고 오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트렁크에 가득 차 있는 옥수수 봉지들의 모습이 올망졸망했다.


이럴 때마다 동네가 조금은 더 좋아진다.

ㅡ뭐야, 너무 귀엽잖아?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출근은 언제나 힘들지만 시원한 여름 아침에는 주위를 둘러보며 현란한 색채로 스스로를 현혹시키면 간신히 지하철역까지는 도착할 수 있다는 것과,

나는 나의 귀여운 동네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곳을 한시라도 떠나고 싶지 않아서, 귀여움이라고는 발견할 수 없는 삭막한 회사의 동네로 결코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아, 출근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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