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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무지개 브런치

평화마을 대추리 할머니들의 화가되기 프로젝트

by 마일로
이윤엽작가의 글씨와 그림

화요일 오후 1시, 평화마을 대추리 경로당에 간다. 우리가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식탁 한쪽에 몇몇 분이 보여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자식 또래의 우리를 기다린다.

언젠가부터 이옥자님이 반가움에 활짝 웃으시며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신다. 오전 밭일하고 잠시 낮잠을 청할 시간인데 집에 앉아 있으면 졸다가 못 오실까 봐 샤워로 더위를 식히고 잠을 쫓으며 서둘러 와서 앉아 계시는 거다.

이젠 반가움이 표정뿐 아니라 두 손의 온기로 전해지고 있다.

뭉클한 마음이지만 미술 수업은 힘차게 시작한다. 밝게 웃으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의 그림’을 그린다.

방학 동안 컬러링북 색칠하셨던 할머니들은 선생님을 보자 색칠의 어려움을 토로하신다. 한 권씩 해 나갈 때마다 새로운 어려움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첫 번째 책 칠할 때는 그냥 칠했는데, 두 번째는 그거 어렵더라고, 이게 책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꽃이라 어려운 건지 모르겄어’라고 그간의 어려움을 말씀하셨다.

앨리스씨는 할머니들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무한히 칭찬해 드렸다. 잘 칠하고 싶어서 그런거니 색연필 쥐는 법, 선을 긋는 법을 하나씩 천천히 알려주며 그림을 그려 보였다.

수업이 무르익었을 때 권창선님의 전화벨이 울렸다. 아마도 여동생인 것 같은데 뭐하냐는 물음에 그림을 그리러 경로당에 왔다고 답하셨다. 전화기 너머에서 동생분이 언니에게 그림을 그려? 그림을 그린다고? 라고 물어보니, 권창선님은 ‘그림, 잘 그리지.’ 하시며 통화를 하셨다.

말이 나온 김에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2년 전부터 모아두었던 당신들이 처음 색칠한 것들을 보여드렸다. 그랬더니 입을 떡 벌리면서 놀라시며 실력이 좋아진 자신을 대견해 하셨다.

물론 파일을 보며 지금은 경로당에 출석할 수 없는 이웃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잠시 그 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우리에게 또 허락된 할머니들과의 시간! 함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안부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또 시작하게 되어 마음이 두근거린다.


[2025년 경기 생활문화 플랫폼] 지원사업

무지개브런치

기획, 진행 - 마일로

그림 지도 - 앨리스

주최 주관 - 웬즈데이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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