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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진중문고

전장과 일상의 유사점

by 밀덕여사

지은이 서경석 전 중장.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1965년 ROTC 3기 임관. 파월 맹호부대 소대장과 중대장 등 지냄.


p.13

약 3개월 정도 지나 수색정찰, 매복 등을 몇 번 다녀오면 작전회의 시간에 아는 체나 하고, 꾸중하면 말대답이나 하면서 고집을 부리고, 우쭐대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제일 위험하며 죽기 꼭 알맞은 시기이다.


p.34

지극히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로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예리한 예측과 판단을 해야 하고, 예측되는 상황에 아주 적절한 조치를 사전에 미리 해야 한다. 일이 터지고 나서 생각하면 이미 때는 늦는다.


p.45

중대와 대대에서 지시가 왔다. 바위 지역이라는 말을 듣고는 어제의 전투와 연계하여 동굴이나 큰 은거지가 있을 것으로 예측, 야전삽으로 수색 지역 일대를 파 가면서 정밀수색을 하라는 것이었다. 현장감각이 없는 상급부대 지시로 거의 2시간 정도를 뙤약볕 아래서 시간만 소모했다.


p.137

철저하게 계산된 용기와 지혜는 적을 능가할 수 있지만, 얕은 지혜와 계산되지 않은 용기는 만용이며 그 만용은 반드시 우리 모두를 곤경에 빠뜨리거나 죽게 한다.


p.147

이럴 때는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하고 싶은 지시사항이 있으면 간략하게 요점만 전달해야 한다. 지휘관이 서두른다거나 중언부언 말을 많이 하면 절대 안 된다. .무저농화 때문에 귀중한 즉각 조치 시간을 놓치기 때문이다. 소대장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그의 능력을 믿고 조치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p.149

조우전, 순간적인 판단이 빨라야 한다. 그리고 먼저 쏴야 한다. 과감하게 덤벼들어야 한다. 피차 전투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므로 과감한 쪽이 승리하는 법이다. 우물우물하면 호기를 상실한다.


p.169

매복할 때는 적이 꼭 지나가야 하는 목을 찾아서 자리 잡으면 틀림없이 적을 잡는다. 목을 찾기란 간단하다. 소로가 마주치는 곳이나 소로와 고지 능선이 마주치는 곳이 목이다.


p.170

매복을 출발학기 전에 확인하고 교육할 사항이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반드시 냄새를 풍기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단속하는 것이다.


p.172.

매복대장이 할 일은 행동이 아니라 철저하게 지형과 당시 상황에 알맞은 전술적 예측이다. 상황전개 예측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지원사격을 할 수 없는 적진 깊숙한 후방지역에서 작전 시 대규모의 적과 조우하게 되면 신속히 그 위치를 이탈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p.175

적을 살상지대 내로 완전히 유도해서 단시간 내 다량의 사격을 가하여 적을 격멸하는 매복작전은 전투 중 가장 경제적으고 효과적이며 신명 나는 싸움이다.


p.177

적을 능가하는 대담성과 인내력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p.210

전쟁터에서 금기로 되어 있는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상훈과 훈장에 욕심을 부리고 돈을 챙기는 사라은 잘 죽는다는 사실이다.


p.292

그들은 적에게 곤경을 당하면 으레 한국군이 찾아와서 구출해줄 것으로 늘 믿고 살았다. 그들에게 싸우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패망의 길로 빠져든 제일 큰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p.301

어디까지나 전투는 전쟁의 한 부분일 뿐이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을 주도하는 사람이 당시의 환경과 상황에 알맞은 전쟁지도 능력을 발휘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p.307

모든 군사작전의 목표는 달성 가능해야 하며 명확하고 결정적인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또한 궁극적인 목표는 적의 군대와 그들의 전투 의지를 파쇄하는 데 있다. 전쟁 원칙의 하나인 목표의 원칙을 전쟁 준비와 지도에 적용시키면 전략목표가 되고, 한정된 작전이나 전투에 적용시키면 작전목표 또는 전술묙표가 된다.

군인은 전쟁의 전문가이지 정치적 경제적 건설에는 아무리 전문가가 보조해준다 하더라도 문외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월남의 경우, 군사적 임무수행 하나만도 벅찬데 국가의 정치경제적 건설을 군인이 담당한 것은 노력과 집중의 낭비를 초래했으며 시간을 빼앗기고 군사작전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p.308

공격전투는 결정적인 목표를 지향해야 하며, 행동의 자유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공격전투는 주도권을 장악하여 공자의 의지를 적에게 강요할 수 있게 하며, 상황에 따라 방어도 취하지만 공격을 위해 병력을 절약할 때에 채택된다. 또한 방어 시에도 주도권을 획득하고 공세 행동으로 결정적인 성과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월남에서는 전체적으로 전략적인 방어 개념으로만 임했다. 전술적으로는 일부 공세적인 입장을 취한 때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수세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은 전쟁 자체를 적 주력부대인 월맹군이나 적의 심장부인 하노이를 향해 수행하지 못하고 보조 부대에 지나지 않던 월맹의 앞잡이인 게릴라들에게 모든 전력을 소모했다.


p.309

전략적인 방어 역시 공격을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라 방어 자체가 목적이었으므로 전쟁의 필수요소인 공격운칙에는 근복적으로 위배되었다.

전장의 상황은 빠르게 변화하며, 최신 정보 역시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적절한 결심이 적시에 내려지지 않으면 전쟁을 할 수 없다.

야전에서 전장을 총지휘하는 야전군 사령관과 본토의 결심권자는 전장을 보는 감각과 기본 기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치적 이유로 군사작전에 많은 제한을 주게 되고 적절한 결심을 적시에 못하게 되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되며, 결국 올바른 대책이 수립되지 못한다.


p.310

집중은 결정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세한 전투력을 결정적인 시간과 장소에 집중시키는 것이며, 절약이란 무조건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정적인 지점에 전투력을 충분히 집중하기 위하여 조공지역이나 방어, 엄호 및 기만작전, 후퇴이동 같은 부차적인 작전에서 최소의 필수적인 전투력만을 적절히 할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동의 목적은 움직임으로써 행동의 자유를 유지하고 적의 취약점을 이용, 적을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데 있다. 모든 전투력은 적의 힘이 모딘 중심을 지행해야 한다.


p.312

미군이 월남전에 참전했던 기간 중 월남은 지휘의 통일을 기하지 못함으로써 전쟁의 기본원칙 가운데 하나를 위배하게 되었다. 단일화된 지휘체제 대신 협동 및 협조라는 새로운 원칙이 상호이해와 친선을 통해 각 제대에서 활용됐다.

경계는 전투력을 보전하는데 긴요하다. 경계는 우군부대에 대한 적의 정보활동을 거부하여 행동의 자유를 유지하고 적의 기습을 방지한다..


p.313

기습은 전세를 결정적으로 우군에게 유리하도록 전환시켜주며 제공된 노력 이상의 성과를 획득하게 한다. 적이 알았다 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는 너무 늦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계와 기습은 서로 상반된 관계에 놓여 있다. 기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경계를 유지해야 하며, 기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의 경계심이 이완된 시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습은 주로 전술적 차원에서 많이 사용되고 전략적인 기습은 힘들다.


p.315

1968년의 구정공세. 전술적으로는 적이 실패한 공세였으나 전략적으로는 완전히 성공한 셈이었다.


p.316

간명이라나 계획과 명령이 간단해야 혼란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p.317

전투지역에서 부대원의 생활 기준은 적절한 선에서 선정되어야 한다. 전선의 진흙탕에서 싸우는 부하를 의식해서 간소한 수준에서 기준이 설정되어야 하며, 부대장들은 필수적인 것만으로 만족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하며 불편을 예사로 받아들어야 한다.


p.318

군대는 국민의 군대이며 행정부의 군대는 될 수 없다. 국민의 지지와 참여 없이는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다.


p.319

국일을 챙기지 않고, 흥분되는 순간과 특종만을 찾아다니는 TV카메라가 이적행위를 했다.


p.320

공포와 위험에 대한 선입관을 가져서는 안 된다. 전쟁은 언제 어디서나 공포와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며, 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국의 어떤 위협요소나 공포요소에 집착한 나머지 선입관이나 편견 때문에 고정관념을 갖게 되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고의 기능을 마비시켜 영원히 상대국의 위협을 극복하지 못하게 한다.


p.321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은 이처럼 여론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반면 공산주의 국가는 보도를 통제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철저히 봉쇄함으로써 극복했다.


p.323

공산주의와 싸우는 나라에서 공산당 간부의 가족이나 친인척 상당수가 월남 내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었고 직간접으로 월남 정부와 군부에까지 침투해 있었다.


p.324

월남 공산화 이후 상당수의 월남 잔류 언론인, 예술인, 공무원, 정치가, 고급장교들이 공산주의자로부터 그들의 공로와 자질에 상응한 보직을 받은 것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공산주의의 첩자가 월남 정부와 군부 등 도처에 잠입해서 활동했는지를 알 수 있다.

보직과 승진은 능력이나 업적 또는 청렴도에 근거를 두기 보다는 가족이나 혈연 등 갱니적 관계에 의해 더 좌우되었으며, 장교나 관리들의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단호하지 못했고 형식적이거나 연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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