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미 Sep 07. 2022

프롤로그

우리의 여행, 첫 시작

누군가를 만나고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나는 나만의 상장을 수여한다. 그의 전화번호를 애칭으로 저장하는 것. 오랜 시간 함께하고 감정을 나누면서 생기는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이 켜켜이 쌓여 오직 나만이 부르는 그 사람의 유일하고도 사랑스러운 이름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바로 가족. 여태껏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몸을 부대끼며 살았지만 마음까지는 비벼대기 힘든 사람들. 다정한 속삭임보단 무뚝뚝한 내뱉음이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동생. 적지도, 많지도 않은 다섯 살이라는 애매한 나이 차. 치고 박고 싸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살뜰히 챙기지도 않는 꽤 먼 사이. 서로의 존재에 대해 각별히 생각해본 적 없는 사이라 하는 것이 맞겠다. 소중하지만 소중함의 이유를 찾기 힘든 존재랄까.     


그러나 이런 관계도 가족 안에서의 규범은 따라야 한다. 대개의 가족이 그러하듯, 우리 역시 언니는 동생의 모범이 되어야 했고, 동생은 언니 말을 잘 따르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소중함의 이유도 모른 채, 규범을 지키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모범생은 변해갔다. 동생의 휴대폰 속에 독재자라고 저장된 채.      


‘혜미야 엄마 아빠 죽고나면 너랑 서영이 뿐이야. 둘이 다투지 말고 잘 지내’ 어느날 엄마가 진지하게 내뱉은 말은 귀에 맴돌다 머리에 맴돌다 마음에 박혔다. 그게 계기가 되었을까. 마음의 거리를 좁혀보고 싶다. 그러면 우리의 관계가 소중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의 관계를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어졌다. 나를, 동생을, 우리를, 제대로 알아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행을 선택했다. 나에게 여행은 누군가를 알아가는 수단이었다. 가장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가장 익숙한 사람을 알아가고 나를 나다워지도록 하는, 가장 특별한 수단. 가장 나다웠던 곳에서 나를 보여주고 네가 가장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가장 익숙한 너를 보면 우리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치앙마이로 떠났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