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서두르지 않는 사람들이 만드는 하루

by mimi

카페에서 주문을 받는 사람들과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의 태도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다.
양쪽 모두 서두르지 않았고, 꼭 필요한 말이 아니어도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농담을 주고받는 분위기였다.
줄이 꽤 길었지만 누구도 불편해 보이지 않았고, 서로를 기다려주는 태도가 자연스러웠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왜 이렇게 느린지, 언제쯤 내 차례가 올지 자꾸만 앞을 바라보게 됐다.
그런데 조금 더 지켜보니 그 안에는 여유와 친절, 그리고 이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있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자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건 서비스 차원의 친절이라기보다 환경과 문화 속에서 형성된 하나의 태도처럼 보였다.


막상 내가 그 친절과 배려 안에 놓이자,
그 기다림이 왜 필요했는지도 이해하게 됐다.
외국인인 나는 메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 질문이 잦았는데,
주문을 받는 사람은 끝까지 여유 있게 설명해주었고 추천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까지 자연스러웠다.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 역시 나를 재촉하지 않았고,
그들의 태도 덕분에 나 또한 조급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비슷한 장면은 내가 살던 다운타운에서도 자주 보였다.
한국으로 치면 명동 같은 번화가를 달리는 스트릿카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이 탈 때 기사가 직접 내려 문을 열고 닫아준다.
그 과정은 짧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 시간을 당연하게 기다린다.
문이 모두 닫힌 뒤에도 한동안 차와 사람 모두가 그대로 멈춰 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노약자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려는 마음보다
느리더라도 약자를 배려하는 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여유가
오히려 일상 속 행복과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에서 지내며 느낀 여유는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
잘못이나 실수를 쉽게 넘겨줄 수 있는 태도였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틈이었으며,
사람 사이를 조금 더 부드럽게 이어주는 방식이었다.


이제 나는 예전보다 덜 조급해졌다.
기다림 앞에서 서두르기보다,
그 시간 속에서 주변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이 생겼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그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