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이 없다는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순간
어학원에서 수업을 하던 선생님의 모습에서 열정과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특히 눈빛에서 드러나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인상 깊었다.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에서 자란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기도 했고, 영어를 가르치는 일 자체에서 나오는 즐거움처럼 보였다.
매일 비슷한 일정이 반복되는 어학원 생활은 익숙해지면 지루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수업을 듣다 보면, 이 선생님들은 이 일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일이 끝난 뒤에도 환복하지 않은 채 거리를 다닌다.
그 모습에서 나는 자신의 일에 대한 당당함과 자부심을 느꼈다.
스트릿카를 운전하는 기사,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까지.
어디에서든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비슷한 인상을 받게 된다.
직업의 좋고 나쁨을 떠나,
자신이 맡은 일을 사랑하고 성실하게 대하는 태도,
그리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된 모습처럼 보였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나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일이 최고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직업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일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 지 네 달이 지났다.
요즘 나는 직업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일하는 시간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떠올리면,
그 시간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시간으로만 지나가는 것이 아깝게 느껴진다.
나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편이다.
그림이 좋아 디자인을 전공했고, 지금까지 그림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일해왔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해진 생각은,
일하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보람 있고 나다운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 나는 내가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일들을 더 발견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일, 그리고 기획을 하는 일이다.
요즘은 이 선택들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들이 조금 더 나로 채워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