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 있게 하는 가장 은밀한 축복
⸻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나는 어디를 가도 청결한 화장실에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렇게 항상 깨끗할까?”
관찰 끝에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한 번의 대청소가 아니라, 수시로 이어지는 작은 청소의 힘.
청소의 에너지가 끊기지 않고 유지되는 것, 그것이 공간의 품격을 지탱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늘 같아 보이는 일상이지만, 작은 반복이 쌓여 나만의 레시피가 된다.
⸻
무대 위의 반복
일본의 국민 가수 야자와 에이키치는 70세 기념 라이브 공연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내 대표곡을 나는 과연 몇 번이나 불렀을까?
젊었을 때는 히트곡이 되어 몇 번이고 부르는 게 싫어서 도망치고 싶었다. 분명 내게 다른 길도 있을 텐데
왜 나는 같은 노래를 불러대며 갇혀 살아야 하나, 반항하며 살았다.
하지만 20년 차쯤, 나는 깨달았다.
매번 그 곡은 달랐다는 것을.
공연장의 에너지, 팬들의 눈빛, 그 순간마다 살아있는 감각이 모두 달랐다.
그 이후부터는 신께 감사하며 무대에 오른다.
신께선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하나를 주셨던 거구나. 그래서 나는 아직도 행복한 현역이다.”
그의 말은 반복이 단순한 되풀이가 아니라, 순간마다 달라지는 살아있는 리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초밥집의 비밀
오래된 유명 초밥집의 요리장은 이렇게 말했다.
“단골들이 몇 년 만에 와서도 ‘어쩌면 이렇게 맛이 한결같냐’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맛은 계속 변해왔다. 사람들의 입맛이 미묘하게 달라지니까, 나는 늘 조율해 왔다. 다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섬세하게. 그래서 손님들은 변치 않는 맛이라고 느낀다.”
겉으로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반복.
그 안에는 사실, 끊임없는 조율과 변화가 숨어 있다.
⸻
나의 하루 레시피
나는 하루를 8시간씩 세 등분하고, 다시 15분 기준 소분한다.
• 하기 싫은 일 15분. 자주 반복.
• 집중이 필요한 일은 45분 단위로. 반복.
• 기분 좋게 하고 싶은 일은 15~30분. 오버 주의 반복.
일, 개인적 시간, 잠.
이렇게 하루살이를 완성한다.
생각이 많은 편인 나는 하루 단위로 ‘연속성의 수명’을 둔다.
그 안에서 기분에 따라 비중을 바꾸며, 반복 속 리듬감을 찾는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나만의 하루일상 레시피다.
⸻
시지프스의 미소
반복은 때로 형벌처럼 느껴진다. 매일 같은 돌을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그러나 나는 그 이미지에 미소를 더한다.
돌을 다시 굴려야 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나를 단련하고, 나만의 리듬을 발견하는 것이다.
어제와 같은 일을 오늘도 하지만, 오늘의 나는 어제와 다르다.
나만이 아는 솔솔 한 통쾌!
그래서 나는 미소 짓는다.
그 미소 속에서 반복은 형벌이 아니라,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의식이 된다.
⸻
——
‘시지프스의 미소’라는 표현은 카뮈의 《시지프 신화》에서 시작되어,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도 다시 언급된다. 나의 일상 반복 또한 그 미소에 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