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만날때 느껴지는 것들
1.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퍼붓듯이 느낀지가 한달이 되었다. 아니 태어나 이런 기분을 느껴본적이 있었던가를 생각해보니 결혼하기전에 연애할때도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철없이 불안한 사랑이었고 지금은 안정적이며 평온하고 단순하지만 깊은 사랑이라고 할까.
2.
언제부터 운명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인가.
섣부르게 처음 만날때부터 아니 처음 통화할때부터 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볍고 성급한 것 같으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운명이라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변하지 않는 관계가 되고 보니 운명이었노라고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처음 만남과 처음의 교감속에서 느껴지는 무엇의 둔중한 울림같은 것이 아닌것인가 말이다.
3.
적어도 지금까지 한번도 운명이 아닌가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면 확률은 매우 높다.
그 가볍고도 새털같은 감정이 요동치 않고 있는 것을 처음 느껴보는 불안없는 관계이며, 그 얼굴의 어떤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가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도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작은 시간들속에 우리가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운명이 아닌 것을 찾을 수가 없다.
4.
물론 운명을 찾기위해 처절하게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므로 운명을 만날 수 밖에 없는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주욱 배우자 기도를 하며 예를 들면 인내와 절제와 화평의 인격과 성품을 만들어 왔으며 내면만 아름다우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핀잔으로 인해 피부과에서 얼굴을 사정없이 맡겨버리기도 했다.
5.
또한 영업에서 배운 확률게임에 의해 수많은 사람의 프로필을 보고 대화를 해보고 또한 이사람도 아니구나를 느끼며 수많은 상처를 감내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만나고 또 만났다. 오직 내 소울메이트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1년이 다되어 가면서 운명을 만나게 되니 운명을 거져오는 것이 아니다.
6.
처음 행복의 직감이 오는 고백을 받았을때 나는 설레임을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전에 행복한 고백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희망이라는 설레임이 먼저 왔었고 불안했었고 그 뒤에 실망과 고통이 왔을 뿐이다. 이렇게 보니 정말 지금의 상황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질적인 차이가 있다.
7.
누군가 어떤 영혼이 나를 온몸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은 그것은 정말이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내가 들어와버렸다는 것을 암시한다. 다른 세상으로 오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많은 자존심을 무너뜨렸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소리없이 너무나 과분한 행운으로 올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수였다.
8.
평생 함께 하자는 말을 듣기까지 한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가 너무나 심심하게도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서로의 상황과 조건이 먼저 맞았고 외모부터 대화의 케미와 스킨쉽까지도 서로가 너무나 서로를 배려하였고 조심하였고 그리하여 맞지 않는 것까지도 스스로들이 맞추어 졌다고 할 정도로 사소한 것들은 서로에게 맞추며 관계를 형성해갔다.
9.
그는 10년전 암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13살이었던 딸아이는 지금 23살이 되어 아빠의 잔소리꾼이 되어있었다. 그 딸에게 아빠는 세상의 전부이다. 그리고 나에게 하나님은 세상의 가장 우선순위이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지켜주고 서로의 시간을 배려하고 서로가 각자의 인생에 있는 일과 인간관계의 책임을 다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10.
이 사람을 보면서 같은 종교인보다 더 편안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든 것에 하나의 트러블도 보이지 않는 관계를 보며 배우자의 조건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성숙도라고 생각되었다. 아마 우리가 몇년전에 아니 그 이전에 서로를 만났다면 서로는 배려하지 못했을 것이고 서로는 어떤 무엇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거라고 느낄만큼 인간은 세월을 통하여 변해 있었다.
11.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는 관계였다.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즐겁게 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일상의 고단함의 기쁨이 되고 서로의 우쭈쭈가 되며 서로에게 내편이 되어주는 이 관게를 무엇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천생연분. 하늘이 맺어준 인연. 매일매일 사랑한다는 고백과 안전운전에 대한 걱정과 누구나 먹는 세끼 식사에 대한 챙김이 어찌 이다지도 다른 행복이란 말인가...
12.
남자는 첫번째 만남 이후 정식적으로 사귀기로 했으며 세번째 만남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매일매일 카톡과 통화를 통하여 서로를 즐겁게 하고 기쁘고 행복하게 해준다. 서로의 삶을 배려하고 지켜준다. 그리고 그것이 고통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는 세월의 연륜으로 능력치가 생긴것이다.
13.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존재 그 자체이다. 홀로 자녀를 키우며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유고한 와이프와 약속을 지킨 그 사람의 고집과 신념 그리고 그의 사랑을 나는 존경한다.
14.
그저 이혼 후 20년이 안되는 시간동안 그동안 주욱 혼자 지내왔다는 것을 말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불쌍할 일인지 그 사람은 과거사를 간단히 듣더니 짠하다고 하였다. 그저 성향상 무지하게 외로움을 탔던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 사람이 신기하고 기특하였다. 어쪄면 이제 우리는 한마디로 열길을 알아보는 나이가 되었다.
15.
이별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단서를 확인하고 확인했으나 발견되지 않았다. 돌아보면 늘 가치관이 달라서 혹은 집안반대로 뭐 이런 내용이었으나 그러한 중요한 결격사유가 없다. 서로의 사랑이 비슷한 온도로 가고 있으며, 서로의 삶이 안정되어 있어 그로인해 연애할 수 있는 안정된 조건이 되어 있으므로, 운명이라고 90% 정도는 확신하게 되었다.
16.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나머지 10%는 남겨두었으나 이별이라는 고통을 감내할 만큼의 큰 사유는 없을 것이기에 갑작스런 사고가 아닌 다음에는 아마 평생 남은 시간은 함께 할 것 같다.
장난을 좋아하고 유쾌한 이 사람은 공부를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아직 한번도 나의 글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17.
남과 여가 만나는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며 서로에 대한 애착과 서로만을 바라볼 수 있는 감정을 가진 능력이다. 코드가 맞는 것을 그동안 찾아왔으나 그보다 서로의 성숙도가 비슷한것이 더욱 중요했다. 글은 상대의 직업만큼이나 개체적인 문제였다. 물론 내가 직업적 작가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 글은 직업이 아니라 취미이기 때문에 쉽게 단언하지는 못하겠다. 운명이라고 생각되는 것 중 가장 큰 조건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사랑의 깊이 인 것이다.
18.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운명은 방구석에서 시작되지만 방구석에서 만나지지 않는다. 결국 움직여야 하고 도전해야 하며 반드시 수많은 실패를 해야 하며 끊임없는 복기를 통해서 실수를 줄이고 실패를 줄이고 안목을 높이고 연애할 때 자신의 특성과 성향을 알아 자신과 잘 맞는 성향을 찾아야 한다. 모든 상황과 조건이 운명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여 연애에 대하여서도 프로가 되어야 하고 고수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수많은 변수를 콘트롤 해야하는 것 역시 다른 어떤 관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나 만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한사람만을 깊게 사랑하는 진정한 연애고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19.
성서에 보면 아가서에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말씀이 있다.
사랑은 죽음보다 정말 강하다. 어제 한 아버지는 자식을 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물론 사이코패스의 사건도 있지만 우리의 주변은 아직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이 더욱 많다. 서로가 그런 마음이 어느정도만 가지고 있다면 단언컨대 나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할 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결국 "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케 하사 네 청춘을 독수리 같이 새롭게 하시도다 " 의 말씀은 성취되었다.
20.
사랑의 힘은 너무나 강하여 상대가 곧 내가 되는 일체성을 띄기 때문에 상대의 고통을 눈감을 수 없는 경지에 올라간다. 어쩌면 그것이 더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기쁜 사랑이며, 상대의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이 더 행복한 것이 사랑이며, 사랑으로 인해 수많은 어려움과 복잡함과 고단함이 새롭게 다가오더라도 능히 감당할 시너지가 일어나는 것이다. 하물며 운명이면 그 힘은 너무나 강력하다. 그래서 우리는 운명을 찾는다. 그 강력한 힘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그 강력한 힘이 비로소 인생을 진정으로 살아있는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