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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May 10. 2021

나이 들어서 그래

이렇게 변해갑니다



운동 겸 산책 겸 도봉산에 자주 갑니다. 둘이서 갈 때는 정상을 향한 산행이 아닌, 둘레길을 도는 코스로 향합니다. 걸으면서 주변도 살피고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지요. 요즘 들어 더 자주 걷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은 아마도 날씨가 좋아서일 것입니다. 걷기에 참 좋은 5월입니다.



푸른 5월을 그냥 지나칠 수 없잖아요. 푸르름을 온몸으로 받고 싶은 계절입니다. 눈 가는 곳마다 호강하는 기분입니다. 어디를 봐도 실망시키지 않는 푸른 모습에 그냥 좋아서 행복해집니다.



주변의 풍경에 빠져서 걸으며 풍경 이야기를 합니다. 또 보이지 않는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내기도 좋습니다. 초록에 취해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거 같은 착각이 들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헷갈립니다.



최근 들어, 사람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합니다. 생각도 변하고 행동도 변해 속으로 놀랄 때도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변한 거 같아, 왜 그래?"라고 물으니,


"나이가 들어서 그래"라고 대답합니다.



앞만 보고 살아온 젊은 날에는 여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뭔가 이루어야 하는 조급한 마음이 여유롭게 즐기지 못하게 하고 빡빡한 삶을 살게 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많이 답답했었는데, 서로의 입장이 달랐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가장의 위치가 부담스러운 마음은 훨씬 더 큰 무게로 느껴졌겠지요.



중년의 나이가 되고서야 주변을 살피고 챙기는 여유로운 마음이 되어가나 봅니다. 예전에는 감히 하지 못할 것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모습이 새삼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어떤 계기가 있어서 사람이 변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여유롭고 느리게 찬찬히 돌아보며 보내는 모습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젊은 날에도 그렇게 살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때는 그것이 최선을 다한 삶이었겠지요.









여유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사람을 부드럽게 만드네요. 같은 말을 해도 다정한 말투로 변했음을 느낍니다. 표현에 인색했던 사람이 많은 표현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눈에 띄게 보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참 신기하네요.



함께 숲을 걷고, 주말이면 먹고 싶은 것을 정하여 맛집을 찾아 나서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시간일까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변한 것이라 해도, 비록 젊은 날 빡빡한 삶을 살았더라도, 이제라도 여유를 찾는 삶이 반갑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조금씩 더 여유롭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게 되는 마음이 커집니다. 나이 들면서 또 다른 성장을 하나 봅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래...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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