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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May 06. 2021

불암산에 오르며

열심히 운동하자 다짐합니다.


안녕하세요? 단미입니다.

저질체력으로 오랜만에 산에 다녀오면서 느낀 마음을 적어봅니다.








불암산에 올랐다. 아주 오랜만에 산행을 시작하며 선택한 불암산, 지하철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잡았다.


안면마비가 찾아오고 2주 동안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하며, 한 가지 조심할 것은 몸을 힘들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주말마다 하던 산행을 뚝 끊었다.


산에 오르는 것이 무리였을까. 체력은 약한데 무리해서 산행을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냥 산행이 좋아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느끼지 못했거나, 신호인 줄 알면서도 무시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 친구들을 보며 한없이 부러웠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들게 했다.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고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확인해야 했다.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하늘은 높고 햇살은 화사하며 바람은 시원했다. 두둥실 떠있는 뭉게구름을 보며 내 마음도 두둥실 흘러가는 듯했다. 어딜 보아도 황홀한 풍경이다. 푸르른 나무와 변함없이 그곳을 지키고 있는 바위들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게 되니 기분이 좋아졌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반가웠다. 주말마다 산행을 하던 친구들은 생기발랄하다. 산을 사랑하며 활기차고 젊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친구들의 모습은 늘 부럽기만 하다. 한때는 나도 그 무리 속에 함께 했었는데.. 생각하면 속상하다.







몸은 힘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오랜만에 하는 산행은 쉽지 않았다. 천천히 천천히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하자고 다짐하며 나선 산행이다. 마음은 앞서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체력에 맞게 천천히 오른다. 무리하지 말자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함께 하자던 친구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산행은 어느 정도 맞춰가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야 하는데, 나는 늘 뒤처진다.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는 체력으로 인해 늘 뒤처짐이 미안해서 함께 하는 것에 주저하게 된다. 물론, 맞춰주고 기다려주고 배려하며 함께해 주는 친구들이지만, 나만을 위한 산행이 아니기에 항상 미안할 뿐이다.


배낭에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산에 오르는 것, 그렇게라도 산행을 하고 싶은 걸까, 그냥 다른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고민하고 고민하게 된다. 나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함께 하자고 그 무리 속에 끼워주는 마음이 고맙다.



그런데도 여전히 좋았다. 파릇파릇하게 피어난 나뭇잎들은 기분을 새롭게 해 주었다. 산길 따라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함을 안겨주고 무서운 줄 모르고 올랐던 바위들은 변함없음을 보여주었다.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변한 것은 나뿐인가 싶다.


가을에 찾아온 안면마비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음에도 여전히 회복 중이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 왔음에도 나에게는 봄이 찾아오지 않을 거 같아 많이 울적했던 시간이었다. 울적한 마음으로 그대로 눌러앉기 싫었다. 이만하면 산행을 해도 되지 않을까,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즐거운 일을 찾고 싶었다.


한 발 한 발 힘겹고 숨이 턱에 차올라도 불암산의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바위를 보며 즐거웠다. 생기가 돌았다. 이렇게 좋은 것을 참아야 했다니.. 그렇게 보낸 시간이 너무 길다.


초록으로 물든 불암산을 오르며, 내 마음도 초록으로 물들었다. 산행을 다시 시작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늦어진 발걸음이지만 다시 한 발 한 발 내디뎌보려 한다. 즐거운 산행을 위해 체력을 키워야겠다.


불암산에 올랐다.

오래오래 산에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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