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가 찾아왔을 때 충격이 컸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내며 한편으로는 곧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을 안고 하루 이틀 사흘..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약이라는데 얼른 시간이 흘러서 안면마비가 오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안면마비 증상에 대해 기록을 남기다 보니, 벌써 11개월이 되었다. 1년만 기다려보자고 했었는데 이제 한 달을 남겨놓은 상태,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모습에 이제는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하는 때인가 싶다. 아니, 포기라 할 수도 없겠다. 그냥 순응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현실은 가혹하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지금의 모습이 너의 모습이라고 똑바로 보여준다. 거울을 볼 때마다 속상하고 때론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어쩌겠나 이렇게 살라 하니 그렇게 살아야하나보다.
누군가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며 살게 하고, 나는 나라를 팔아먹기라도 해서 이런 벌을 주는지 알고 싶다. 남들은 겪지 않는 일을 나는 왜 이상한 일을 자주 겪게 하는지,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 것인지 알고 싶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던가? 나는 전생에 얼마나 못되게 살았을까, 대부분 1년이면 회복이 된다던데 난 그것마저도 허락하질 않다니.
안면마비 후유증, 이제 너와 함께 살아야겠지.
눈물은 멈췄으나 초점이 흐려도 자꾸 눈을 움직여 똑바로 볼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입모양은 많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삐뚤어진 모습에 실망하지 않고 자주 웃으며 예뻐해 줄 것이다. 입술과 볼에 경련이 자주 일어나고 씹는 것이 잘되지 않더라도 얼굴과 입술을 자주 움직여 경련을 멈추게 할 것이며, 씹다가 흘리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씹을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보이나 볼의 통증은 여전히 남아있고, 미각은 살아있으나 예전만큼 맛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얼굴에 미용 팩 하듯 마사지를 해줄 것이며 맛있는 것을 맛있게 먹지 못하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잘 먹을 것이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 이미 다 회복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러 간 것은 아닌데, 차라리 가지 말걸 그랬나 보다. 모르는 체로 그냥 희망을 안고 살아갈 걸 그랬나 봐.
기적이 있다면 한 달 안에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안면마비 회복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내려준 처방에서 이제 한 달을 남겨놓고 있다. 안면마비에 대한 기록도 딱 한 번만 더 기록할 것이다. 다음 달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식으로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포기한다고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회복이 안된다면 포기하는 것이 맞겠지.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은 되지만, 사람인지라.... 마음이 많이 아프고 억울한 마음도 들고 이따금씩 무너지기도 하더라. 휴~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숙제로 남았다. 마음을 굳게 다지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얼마큼 다져야 할지.. @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