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미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미 Sep 18. 2021

그때처럼 다시 갈 수 있다면

가을에 추억담기



처음 산행을 함께 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그때가 좋았다고 아쉬워하고 그리워한다. 지금은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쉽고 다시는 그 시절만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운 시절로 기억될 것이다.


긴 세월이 흐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아쉽고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만남이 그렇고 헤어짐이 그렇고 사람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우쳐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연이 그리 쉬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시간,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세월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뜸해진 관계가 만남조차 어렵게 되니 이제는 거의 잊고 사는 사이처럼 뜸하다. 그때 가지고 있었던 열정은 다 어디로 갔을까? 





뜨거운 여름날 얼린 수박 한 조각씩 먹으며 그 정성에 고마워하며 시원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린 날씨에 그늘을 찾기도 힘든 코스에서 얼린 수박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어떻게 수박을 얼려올 생각을 했을까? 산행 초보였던 나는 그저 대단해 보였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때는 주로 단체 산행을 했었다.  사람이 많아서 선두와 후미가 차이가 많이 나게 되는데, 앞을 책임지는 사람과 뒤를 책임지는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야 그날의 산행이 수월하게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 


산행 초보였는데도 후미로 처지지 않고 기운차게 선두로 다녔던 그때를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때는 정말 훨훨 날아다니듯 가볍게 산행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어쩌면 그렇게 힘들지 않게 산을 오를 수 있었을까, 가파르고 험한 산을 올라도 숨찬 일이 없었던 그때는 정말 좋았었는데..






바위산을 아주 좋아한다. 오를 수 있는 바위만 보이면 다 올라갔다. 바위를 그냥 지나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바위란 바위는 다 올라가서 확인을 했었다. 아찔한 높이의 바위일수록 쾌감은 컸고 즐거움도 두 배가 되었다. 


산행을 함께 하는 친구들의 나이가 다양한데 특히 또래들과  뜻이 잘 맞아서 더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었다. 40대 중반에 만난 친구들인데도 바람만 불어도 까르르 웃는 여고생들처럼 웃음 많고 생기발랄한 모습이었다. 감히 중년이라는 이름표를 달 수 없을 정도로 활력 넘치는 모습이었다.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함께 하며 같은 취미를 즐긴다는 것이 삶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 어릴 적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도 허물없는 친구로 남듯이, 산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산을 알게 되면서 늦게 만난 친구들도 그 못지않았다.






변함없이 그곳에 있는 산, 초록은 초록대로 단풍은 단풍대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사춘기보다 더 무서운 갱년기를 맞으며 만난 우리들은 격의 없이 빠르게 친해졌고 발랄하게 우정을 나누며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중년의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이 많은 시절이었다. 산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신나서 다녔고 친구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통했다. 산이 모든 것을 받아주듯 우리들의 만남이 그랬다. 산에서는 모든 것이 통했고 다 괜찮았다.


여전히 산행은 즐겁고 지금 만나는 친구들도 잘 통한다. 그런데도 가끔 그 친구들이 그립고 그때처럼 다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는 요즘이다. 가을이면 단풍이 예쁘다는 산을 모조리 다 찾아다닐 기세로 주말마다  함께 했던 시간은 이제는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그때보다 더 나이 들고 체력은 약해졌지만, 산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화려한 단풍으로 산이 물들기 시작하면 벌써 가슴이 뛴다. 산에 오르면 가는 곳마다 함께 했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단풍이 물들면 우리의 추억을 찾아 가을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그때처럼 다시 갈 수 있다면. @단미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힘내세요, 아버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