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미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미 Sep 17. 2021

다시 힘내세요, 아버님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아버님께 드리는 글)


아침저녁으로  뺨을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게 합니다. 살랑거리듯 부드러운 느낌이 자꾸만 웃으라고 속삭이는듯해요. 일교차가 심해 낮에는 덥지만, 아침저녁 기온이 적당한 요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이렇게 날이 좋은 날에는 혼자서라도 어딘가를 다녀오곤 하셨지요. 오늘은 소요산에 다녀왔다, 오늘은 오이도에 다녀왔다, 오늘은 청계천에 다녀왔다, 하시며 그날그날 다녀오시며 느꼈던 기분을 말씀하시며 오며 가며 만났던 일들을 알려주시며 즐거워하셨습니다.


오랫동안 해오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시고  홀가분해져서 편하게 쉬어도 될법한데,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으시던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성실함을 배우고 시간관리의 지혜를 배웠습니다.








요즘의 안타까운 모습에 마음이 짠하고 아파집니다. 보는 제가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토록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온 삶이었는데, 내 한 몸 거두기 힘들 만큼 큰 짐을 지워주는 현실이 원망스럽기도 하실 텐데 또 살아오신 세월만큼 너그러운 마음이 되어 할 수 없지 않으냐며, 찾아온 아픔을 받아들인 모습은 제 마음을 겸허하게 만들었습니다.


고된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느라 가족 모두가 고생스러운 시간이지만, 가장 힘든 사람은 본인이라는 것을 압니다. 건강했던 지난날에는 그토록 자유롭게 활동하시며 알차게 시간관리를 하셨는데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하루를 보내기에는 벅찬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장남인 아들과 며느리가 나서서 불편함 없이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지만  직장인으로 매인 몸이다 보니, 어느 날에는 도저히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동행서비스를 도움받기로 하고 설명드리니 마다하지 않으시고 신경 써줘서 고맙다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또 죄송해집니다.







차츰, 조금씩 아주 조금씩 회복되는 것이 느껴지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의지가 강하시고 그동안 성실하게 치료를 잘 받으신 것처럼 앞으로도 잘 받으실 거라 믿습니다. 하나를 넘고 나면  또 하나를 만나 맞서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회복되는 과정이라 믿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예전처럼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누리실 거라 믿습니다.


아버님, 다시 한번 힘내세요. 살아오면서 가장 큰 고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자식들 곁에서 더 누리셔야 합니다. 젊은 시절 함께 고생한 어머님과도 행복한 시간을 많이 누리셔야 하잖아요. 바쁘게 사느라 챙기지 못한 시간이 이제야 주어졌는데 그냥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 하지만 운이 조금 나빴나 봅니다. 힘겨운 시간 뒤에 더 오지게 보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씩씩하게 이겨낸 오늘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되는 동안 힘겨움은 조금씩 가벼워질 것입니다.  날 좋은 가을날 도봉산에도 가고 바닷가도 가고 은행잎으로 물든 돌담길도 걸어봐야지요. 그날이 곧 올 것입니다.


다시 한번 힘내세요, 아버님.

언제나 응원합니다.@단미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글쓰기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