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필요해

가끔 전업주부가 되고 싶다

by 단미

간편한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동네 맛집에서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다. 언제라도 집을 나서면 가까운 곳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아이가 친구를 사귀듯 엄마도 친구가 생길 줄 알았다. 첫아이 초등학교 때 만난 엄마들과의 관계는 평생 간다는 말이 있다. 일하는 엄마에게도 그런 관계가 가능할까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 학기초에 엄마들과 어울려야 친해질 수 있을 텐데, 연초에는 업무적으로 바쁜 시기라서 좀처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의무적으로 학교에 가야 할 시기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한번 빠진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대신 채워졌다. 직장인으로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임무이기도 했으니 학교에 참여하며 엄마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첫아이였고 초등학교 입학이었으니 가능하면 학급활동에 참여하고 싶었고 함께 하는 엄마들과 친한 관계를 맺고 싶었다. 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엄마들의 활동은 대단했다. 심하게 표현하면 극성스럽게 보였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묻고 싶을 때도 있었다. 아마도 모든 상황에 다 참여할 수 없는 입장에서는 그런 행동들이 과하게 보였나 보다.


매일 하교시간이 되면 교실 청소를 해야 했고 청소 후에는 엄마들끼리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청소를 하더라도 모임은 참석할 수 없었으니 실질적인 결과로 보면 하나마나였다. 정작 필요했던 시간은 엄마들끼리의 모임이었으니까.


청소 후 모임에서 앞으로 진행될 일에 대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고 각자 역할을 정하는 것도 그 시간에 이루어졌다. 청소만 하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엄마들은 거의 역할을 맡을 수 없었고, 주어진 임무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일하는 엄마들은 모임에서 제외되었고 학교에 잘 나올 수 있고 시간이 넉넉해서 모든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엄마들만 남게 되었다.




아이는 친구를 잘 사귀었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늘어났지만, 엄마는 아들 친구의 엄마들을 알지 못했다. 누군가 생일파티를 하면 거의 모든 친구들을 초대했고 그곳 또한 엄마들의 모임 장소가 되었다. 역시나 일하는 엄마들은 참석할 수 없었으니 나중에는 아이도 초대받지 못하였다.


함께하지 못해서 느끼게 되는 자격지심이었을까?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기분은 좋지 않았고 빈번하게 만남을 갖는 엄마들이 야속했다.


일하는 엄마들끼리 모여보려고 했으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직장의 환경이 다르기도 했고 서로 시간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두 번 만나고 연락은 했으나 끝내 모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애초에 누군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이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중에 누구 한 사람 나오지 마라고 한 것도 아니고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막은 것도 아니다. 스스로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고 해야겠다. 직장인의 자리를 놓지 못했으니 엄마들의 모임에 나가지 못한다고 속상해하지 말아야겠지. 다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던가.


요즘은 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오래전에는 엄마들의 역할이 막강하던 때가 있었다. 엄마의 활동량에 따라 내 아이 기를 살려주는 분위기도 존재했으니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속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일찍 포기한 것은 현실에 맞는 옳은 판단이었다.


엄마의 활동이 없었음에도 아이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였다. 염려와 다르게 아이들은 잘 어울리며 친구관계도 좋았다. 아쉬움은 엄마 마음일 뿐이었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엄마들의 모임이 늘어난다. 초등학교 모임, 중학교 모임, 고등학교 모임, 학교마다 맡은 역할에 따라 모임도 다양하다. 그중에 가장 부러운 것은 초등학교 모임이다. 그렇게 해보려 애썼으나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큰 탓일 것이다.


"오늘 뭐해?"라고 물으면

"아들 초등학교 친구 엄마들 모임 있어"라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투른 엄마로 만나 오랜 시간 정으로 다져진 끈끈한 관계, 굳이 또래가 아니어도 좋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만남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일하는 엄마의 삶을 선택했지만, 때론 특별한 친구가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