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눈을 뜬다.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창문을 연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 맞은편에 보이는 아파트의 불 켜진 창문을 세며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아침을 준비하고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나서고 나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오늘 할 일은 뭐지? 머릿속으로 정리하면서.
잠시, 이런 시간을 상상해본다. 이른 아침에 시작하는 것은 같으나 하루의 일상은 현실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아침밥은 건너뛰고 딸아이 도시락을 준비한다. 출근하기 전에 해놔야 할 집안일을 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먼저 퇴근하는 남편을 위해 저녁먹거리를 간단히 준비해놓고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오히려 잠시 여유로워진다. 발걸음은 바쁘지만 마음은 안정되는 느낌이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하루 일정을 되새기며 계획을 정리해보기도 한다. 여유가 생기면 휴대폰을 보며 뉴스를 보기도 하고 친구들의 안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요즘은 눈이 피로해서 오랫동안 휴대폰 보는 것을 삼가려고 노력하며 필요한 상황들을 챙긴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고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식당가를 두리번거리다가 발길을 이끄는 곳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는다. 날마다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은 직장인들의 공통사항이 아닐까 싶다.
오후 근무가 시작되고 또다시 바쁘게 움직인다. 일할 때는 다른 생각 할 수 없을 만큼 분주한 시간을 보내지만 잠시 짬나는 시간이면 바쁜 삶에 대한 여유 없음을 생각하곤 한다. 열심히 살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살겠지, 그런데 왜 삶은 늘 변함없이 그대로일까? 의문을 가지면서.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젊은 시절만큼 치열하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다. 아침시간을 여유 부리며 누리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맛이 있을 텐데 전업주부의 삶은 어떤 맛일지 궁금증을 안고 살아왔다.
이른 아침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떨지 상상해본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커피 향에 취하기도 하겠지. 그러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그 순간의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친구들을 만나 브런치를 즐기는 상상도 해본다.
언제나 일하는 사람이어서 소외되어 누리지 못했던 시간이었는데 함께하는 순간은 어떤 기분을 안겨줄지 상상만으로 설레기도 하다. 상상은 상상일 뿐 그 순간이 찾아오면 실제로 그렇게 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긴 하지만 꼭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닌 일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사소하고 별일 아닌 일이 소원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대로 살았던 삶은 어찌 보면 의무적인 삶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지만 남을 위해 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온전하게 나를 위하는 삶은 아닌 듯이 생각되는 날도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느꼈던 보람찬 시간과는 별개로 내가 갖지 못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존재한다. 어느 날 하루 휴가를 내서 온전하게 평일 하루의 시간을 차지하더라도 그 아쉬움은 해소되지 않은 채 긴 세월 이어왔다. 직장생활 중 휴가로 이어지는 하루는 그저 직장인의 하루로 연장되기 때문이다.
아이들 손잡고 공원에 가는 일, 기차를 타고 친정가는일, 어느 날 훌쩍 어디든 나서보는일 등등, 출근해서 저당 잡힌 시간을 빠듯하게 이용하는 것이 아닌 그날의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오래된 바람이었다. 아직도 도착하지 못한 전업주부로 가는 길이 그토록 힘들었나 보다.
현실적인 도움을 받지 못해 혼자 헤쳐나가야 했을 때는 힘겨웠지만, 그래도 일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부정하지 못하겠다. 살면서 가끔 전업주부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직장생활의 삶도 나쁘지 않았다. 머지않아 맛보게 될 전업주부의 삶이 궁금해진다. 상상하는 모든 일들이 현실이 되겠지. 부디, 달콤한 맛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