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진단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개복수술을 했다. 5년이 지났지만 완치라는 생각보다는 정기적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과정에 있다. 대장암 수술 후에 겪게 된 남에게 말 못 할 여러 가지 후유증으로 인해, 차라리 수술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후유증이 있는 몸에 점점 적응하며 지내던 날이 이어졌다.
'그래, 이 정도면 사는데 무리는 없잖아.'
'이만큼 일상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음에 감사하자.'
수시로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보낸 시간이 꽤 길었다.
몸에 적응하며 마음을 다지며 안정을 찾아가던 중 생각지도 못한 안면마비가 찾아왔다.
이맘때쯤이었다. 명절을 보내느라 힘들었던 것일까?
10월 초 어느 날, 어깨가 너무 아파서 물리치료를 받고자 찾아간 병원에서 한쪽 눈이 감기지 않네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말을 들었어도 실제로 눈이 감기지 않는 것을 느끼지 못했고 겉으로 보기에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아서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날 오후, 눈이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 한쪽 눈의 움직임이 이상했고 잘 감기지 않았다. 바로 응급실을 찾아갔어야 했지만, 안면마비라는 것을 알지 못했기에 느긋하게 병원에 예약하고 이틀이 지난 후에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골든타임은 놓치지 않았지만, 이미 신경이 많이 손상된 상태였다. 병원에서는 빠르면 3개월 만에 좋아질 수도 있고 1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나의 경우 손상 정도가 심해서 최소 6개월은 걸릴 거라고 예상했으며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안면마비는 보통의 경우 길어도 6개월이면 회복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면서 필요한 치료를 받자고 했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약을 처방해주는 것 말고는 해주는 것이 없었다. 약 먹은 후 시간이 약이라며 회복되기를 바라며 기다리라고 했다.
이상하게 변해버린 얼굴을 보고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침 치료를 받아보기도 했다. 안면마비는 침 치료가 좋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고 병원에서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하니, 일단 침 치료를 받아보았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도, 한의원에서 맞은 침도 후유증 없이 치료해주지는 못했다.
안면마비 진단 후 2년이 되었다. 이제는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할 거 같다.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남에게 보이는 얼굴이 평범하지 않은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잘생기든 못생기든 비뚤어진 얼굴이 아닌, 바르게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전에는 알지 못했다.
얼굴이 비뚤어진 모습으로 일상생활을 하다 보니 자존감이 떨어져서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고 스스로 주눅 들어 주춤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대장암수술은 보이지 않는 나 혼자만의 문제였다. 혼자 견디고 적응하며 이겨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안면마비는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면서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문제다. 비뚤어진 얼굴을 보이며 사람을 만나고 말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즐겼던 내가 사람 만나는 것이 무서운 일이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찬바람이 분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쌓여도 스스로 해소하지 못해 얻게 된 것이겠지만, 꼭 찬바람 때문에 안면마비가 찾아온 거처럼 무섭고 싫다. 안면마비의 가장 큰 후유증은 스스로 마음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몸이 힘든 대장암보다 마음이 힘든 안면마비가 훨씬 무서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