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미 생각

이런 경험 처음이야

by 단미


작년 한 해, 아버님이 여러 가지 질병으로 많이 힘들게 보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주 조금씩 회복되는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제 느낌인지 모르겠으나 만나 뵙고 대화를 할 때나 전화 통화를 하게 될 때 말에 힘이 조금 더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예전에는 말을 하는 것도 숨이 차서 몇 마디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본인이 전화하실 정도로 기운을 차리셨고 하고 싶은 말을 전달 가능할 만큼 되었으니, 작년에 비하면 많이 회복되었다고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거동은 힘들어하시니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 긴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치료를 하고 있는데도 폐 질환은 한 번 나빠지면 회복이 되는 것보다 갈수록 나빠지는 것만 확인하게 된다고 합니다.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일 뿐, 좋아지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다른 질병의 약 부작용인지 없던 폐 질환이 생겨서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시는데 가장 큰 문제는 호흡곤란과 그로 인해 거동이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숨쉬기가 힘드니 걷는 것도 힘들어져 몇 발자국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집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많이 좋아진 상황입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질환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치료 중인데요, 퇴원해서 집에 계실 경우에는 대리처방을 받아야 할 상황입니다. 지난주에 진료일이어서 대리처방을 받기 위해 제가 가야 했습니다. 마침 예약시간이 12시여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녀오려고 바쁘게 움직였는데, 여지없이 진료 지연으로 한 시간을 기다린 후에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마주 앉으니 아버님의 근황을 물으시더군요. 호흡하는 것이 조금 좋아졌고 집안에서 활동하는 것도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부분은 별로 변화가 없으나, 본인이 느끼기에 숨쉬기가 조금 낫다고 하신다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선생님의 반응에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늘 힘들었던 소식만 전해 듣다가 조금, 아주 조금 좋아졌다는 소식이 그리도 반가웠을까요? 선생님이 너무나 반갑게 들으시며 아주 좋아하시는 겁니다. 환자의 작은 변화에 그렇게 기뻐하는 의사 선생님을 처음 봤습니다.




처음에 진료받으러 왔을 때 지하철을 타고 혼자 오셨던 일부터 진료할 때마다 있었던 일화를 기억하고 말씀하시면서 그렇게 건강했던 분이었는데 지금의 상태가 많이 속상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조금 회복이 되셨다니 앞으로 조금씩 좋아질 징조인지 기다려보자고 하시며 활짝 웃으셨습니다. 환자의 회복 소식을 마치 내 일처럼 그렇게 좋아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생소했지만,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학병원의 특성상 정말 많은 환자를 상대할 텐데요, 그 많은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도 힘들 텐데 어떻게 그렇게 다 기억해 주시고 작은 회복에도 반갑게 기뻐해 주시는지, 감동이었습니다. 차트에 모든 것을 기록해 놓았을까요? 지하철로 병원 방문, 이런 것까지? 괜히 궁금해집니다.




나에게 진료받는 사람의 작은 회복 소식에 그렇게 좋아하는 선생님을 만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제가 더 기분이 좋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진료 때마다 한 시간씩 대기하다가 겨우 만나면 1~2분 만에 진료가 끝나는 경험만 하다가 이렇게 인간적인 선생님을 만나니 세상이 따뜻해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자꾸만 나빠지는 상태를 걱정해 주셨는데 그냥 예의상, 겉으로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처음 보는 선생님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제가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괜히 선물 받은 기분이랄까요?


누군가의 작은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롭고 기분 좋은 경험으로 남기도 합니다. 그때 보았던 기뻐하며 웃으시던 모습을 생각하니 다시 또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경험을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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