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예뻤어.
어릴 때부터 누군가 제일 예쁜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늘 발이라고 대답했었어. 실제로 제일 예쁘기도 했지.
사회초년생일 때는 늘 하이힐을 고집했어.
정장 차림을 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발이 예뻐 보여서 다른 신발은 신을 생각도 하지 않았었지.
굽이 높은 신발을 신은 예쁜 발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거든.
늘 하이힐을 즐겨 신었던 젊은 날이었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굽이 높은 신발에 대한 애착은 이어졌고,
아이 둘 데리고 또각또각 소리 나는 하이힐을 신고 잘도 다녔었지.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불편하게 굽 높은 신발이라니.. 지금 생각하니 정말 너무했구나 싶다.
하지만 그때는 날마다 신고 다녀 발에 익숙해져서 어딜 가더라도 불편함은 없었어. 밤에 발이 많이 피곤해하는 거 말고는.
그렇게 하이힐을 좋아했던 이유는 단 하나, 발이 예뻐서였어. 예쁜 발을 뽐내고 싶었거든.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하게 예쁜 사이즈의 발이 내 맘에 쏙 들었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러 가는 날도 하이힐을 신고 갔어. 그 모습을 보고 언니는 어이없어하면서 많이 웃었지. 수술하러 오면서 그렇게 높은 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 오다니 대단하다며 놀리기도 했었지.
병원에 갈 때는 굽 높은 신발을 신으면 안 되는 건가 싶었는데, 아마도 아픈 사람이 편한 신발을 신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겠지.
하이힐을 보면 예뻤던 발이 생각나면서 저녁이면 피곤해하던 발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싶어 져.
첫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면서 바람 들까 꽁꽁 싸맨 덕분에 이쁜 발에 무좀을 안겨주고 말았어.
그때 무좀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둘째를 출산하고는 발만 이불 밖으로 내놓았는데, 이번에는 무좀 대신 발 시림을 선물하게 되었지.
무좀으로 애먹고 발 시림으로 고생을 시켰는데, 다행히 무좀은 치료가 되었지만, 발 시림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어서 많이 속상해.
체중이 늘어나는 만큼 하이힐 속에서 숨쉬기 조차 힘겨웠나 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돌아다니느라 녹초가 된 거 같아서 안쓰럽기도 했어.
늘어난 체중 때문인지 족저근막염까지 찾아와서 두배로 힘들게 했지.
묵묵히 일하는 발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힘들게 했구나 싶어.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발 굽이 낮아지더니 굽이 없는 신발이 편해져서 이제 굽이 높은 신발은 눈요기로 만족하고 있지. 고이 간직했던 하이힐을 정리하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했어. 긴 세월 동안 나를 따라서, 나를 데리고, 나와 함께 한 무던한 발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았던 발이 세월 앞에서 힘들어하더라. 내가 힘든 만큼 함께였던 발도 힘든 거겠지. 날마다 발마사지를 해주고 족욕을 하며 이제라도 아끼며 챙겨보지만 긴 세월 희생한 시간을 어찌 다 보답할까 싶다.
나를 만나 고생 많은 발, 무좀도 발 시림도 족저근막염도 묵묵히 견뎌줘서 고맙다.
요즘 산행하느라 혹사시키는데도 꿋꿋하게 함께 해줘서 정말 감사해.
예뻐 보이는 거 포기하고,
앞으로 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