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니?
"밥 먹어라~"
요즘도 아들딸을 보면 먼저 하는 말이다.
주먹밥을 먹을 때도 있었고 된장국에 말아서 먹을 때도 있었다. 엄마 출근시간에 맞춰 이른 시간에 눈뜨고 일어난 아이들은 비몽사몽간에 입에 넣어주는 밥을 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 어떻게든 밥은 먹고 집을 나서야 했고 한술이라도 먹어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이들이 자라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스스로 뭔가를 사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도 밥은 소중했다. 사 먹는 밥이라도 꼭 먹었으면 했고, 집밥이 맛이 없어 먹지 않을 때는 속상함이 남았다.
아들이 대학시절 자취생활을 하며 가끔 집에서 요리한 사진을 보여줄 땐 그래도 뭔가 음식을 해서 먹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힘들겠지만, 멀리 있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면서도 알아서 챙겨 먹는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그렇게 어딜 가든, 어디에 있든 밥을 먹었는지가 신경이 쓰였다. 어쩌면 잘해주지 못해서 어떻게든 밥을 먹었다는 것을 확인하며 안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늘 부실한 밥을 해준 것 같아서.
야근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미리 저녁까지 준비해 놓고 출근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퇴근이 늦어도 밥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밥 먹이는 일이 그토록 큰 일이었는데 나이 들고 보니 밥을 안 해도 부담이 없다.
보수적이고 살림에 관심이 없던 남편은 언젠가부터 스스로 밥을 차려먹기 시작했다. 당뇨식으로 챙겨야 하는 밥상이어서 야채를 챙기고 저염식을 하기도 한다. 주말이면 어디든 입에 맞는 음식을 찾아 나선다. 집밥을 우선시하던 사람에게 어쩌다가 이런 변화가 찾아왔는지 알 수 없다. 이유가 어떻든, 밥을 하지 않아도 되니 반가운 일이다.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이제는 챙겨주지 않아도 알아서 뭐라도 챙겨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어느 땐 아주 맛있는 요리를 해서 맛 보여주기도 한다. 이젠 더 이상 밥을 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미안해하는 마음은 내려놓아도 되는 환경이 되었다.
남편이 변하고 아이들이 자란 만큼 세월이 흘렀다. 세월 따라 내 나이도 늘었다. 나이 먹고 홀가분해지는 일도 있더라. 밥을 하지 않아도 부담 없이 가벼워질 수 있는 것처럼. 나이 먹어 서럽기보다 나이 드니 삶의 무게가 가벼워짐을 느낀다. 가볍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