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이 변했어"
"뭐가 변해? 늘 똑같은데~"
"본인은 모르지?"
"내가 그렇게 변했나?"
주말에 산을 오르며 남편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앞서 가는 남편 뒤를 따라 걸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에 오르는 것에서도 사람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지요. 예전에는 함께 산을 올라도 멀찍이 떨어질 만큼 거리가 꽤 있었습니다. 먼저 가서 기다릴망정,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거나 나란히 걷는 경우가 드물었거든요. 함께 가는 사람의 속도에 맞추지 않고 혼자서 앞서가곤 했으니까요.
언젠가부터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항상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만큼 떨어져서 걷고 있다는 것을요. 때론 앞에서 때론 뒤에서 걸으며 늘 함께 걷는 저의 속도에 맞춰준다는 것을요.
산을 내려와서도 그렇습니다. 예전 같으면 집에 가서 밥을 챙겨야 했을 텐데, 밥 하기 번거로우니까 맛있는 거 먹고 가자고 제안합니다. 남이 해주는 밥을 제일 좋아하는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대답합니다.
"뭐 먹을까? 뭐 먹고 싶은데?"
"당신 먹고 싶은 거~"
한두 번 그러고 말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적응되지 않았던 행동이었고 낯설었습니다. 이유가 있을 턱이 없겠지만, 예전에 하지 않던 행동이었으니 받는 입장에서는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도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이 드니,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커진다고 해야 할까요? 고집부리는 일이 줄어들고 잔소리가 줄고 상대방이 하는 일에 반대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씩씩하게 살아왔던 젊은 시절에 비하면 한없이 나약해진 나이 든 모습 때문인지 안쓰러운 마음도 존재하는듯합니다. 이유가 뭐든 간에, 나이 들면서 상대를 배려해 주는 마음이 커진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젊은 시절과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변화는 내 고집을 부리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 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안된다는 말보다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해. 그러자, 등. 조금 마음에 들지 않고 못마땅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을 우기지 않게 되더라는 겁니다.
나이 들어 힘이 빠진 것이라 해도, 좋게 생각하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라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요? 존중받고 배려받는다는 느낌으로 전달되는 것, 그것이 중요하지요.
"오늘은 뭐 해 놓을까?"
"아무거나"
퇴근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전화가 옵니다. 먼저 퇴근하는 남편은 저녁을 뭘 준비할지 묻습니다. 이런 날이 올 거라 상상도 못 했는데, 나이 드니 이런 날도 맞이하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배려받는 것이 일상의 사소한 즐거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이 들면서 철이 드는 것인지, 이제야 마누라 귀한 줄 아는 것인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