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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May 15. 2024

간짜장 한 그릇 드실래요?


5월의 아침은 푸르고 싱그럽습니다. 비 온 뒤라면 더욱 깨끗하고 예쁜 날씨에 마음이 들썩거리기 쉽습니다. 예쁘고 좋은 날 간짜장 한 그릇 먹으며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확인하게 됩니다. 


1년쯤 된 것처럼 가물거립니다, 짜장면 한 그릇 먹은 기억이. 이른 아침 아침운동을 하고 안부차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어른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 주말의 일과가 된 지 오래입니다. 거동이 불편해진 뒤로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외출을 거부하기에 짜장면 한 그릇 먹으러 가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좋은 날씨를 우리만 누리기 죄송스러워 바깥바람이라도 쐬러 나가자고 권해봐도 '나는 싫다, 다녀와라' 하시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날씨도 좋은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

"맛있는 거? 그럴까?"


여러 가지 메뉴를 고르다가 결국 선택한 것이 짜장면이었습니다. 배달시켜 먹자고 했다가 그래 한번 가보자, 하시며 가까운 식당으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얼마 만에 외출인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멀리, 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나서면 좋겠지만, 집 앞에서 짜장면 한 그릇 먹는 것이라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음 변하기 전에 서둘러 외출준비를 도와드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간짜장입니다. 주문한 간짜장이 나오니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아들이 나섭니다. 짜장을 면위에 붓고 잘 버무립니다. 가위와 집게를 이용해 면을 먹기 좋게 잘라줍니다. 면에 양파를 곁들여 드시라고 참견도 하고 천천히 드세요,라고 염려도 하면서 아버지 드시는 것을 지켜보며 시중을 드는 아들입니다.


무뚝뚝하던 아들이 언제인지 모르게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버지를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다릅니다. 어린아이 대하듯 얼마나 자상하고 세심하게 챙기는지, 어느 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어쩌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수 있지만, 이런 모습은 젊은 시절에 볼 수 없던 모습입니다.


나이 드신 아버지를 대하는 아들의 모습이 낯설어 보입니다. 참지 못하고 욱하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아버지를 향한 연민일까요, 아들도 나이 들어서 성급함이 없어진 것일까요? 


간짜장 한 그릇 먹으러 집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보살피는 아들은 어쩌면 예전의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그 마저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을 때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고 그리워하겠지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마음은 나이 들면서 더 크게 와닿는 일이 되었습니다. 불평보다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나이 듦에서 얻는 소중한 깨달음이라 생각됩니다. 아버지를 보살피는 남편도, 남편을 바라보는 저의 마음도 현실의 안타까움이 앞서지만,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나이 들면서 알게 되는 또 다른 그 마음이 있더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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