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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May 29. 2024

여유로움이 찾아오더라

돌아보면, 늘 동동거리며 살았다. 먹고살기 바쁜 시기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시간으로 채웠을 테지만 나만 그런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남들은 여유롭게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바쁘게 정신없이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직장생활을 하느라 더 바쁜 시간을 보낸 것도 있겠지만, 어느 하루 여유롭게 차분하게 보낸 날이 없었던 것처럼 지난날의 기억은 늘 동동거림의 시간이었다. 분명 그 시간 속에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있었을 텐데도.


철없던 20대를 보내고 바쁜 30대와 더 치열하게 보낸 40대를 지나고 보니 어느새 50대가 되어있었다. 해놓은 일 없이 나이만 든 거 같아서 허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50대가 되어서야 진정한 여유로움이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부쩍 나이 듦을 느끼는 일이 많아지고 나이 들어서 그런다는 핑계도 늘어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느끼게 되는 변화는 여유로움이었다.


아침이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하러 나갈 수 있고 저녁이면 밥 할 걱정 없이 카페에 가서 글 쓰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젊은 시절에는 감히 생각조차 못했던 시간을 누리게 된 것이다.


아이 둘 손잡고 동동거리며 출근했던 날이 있었다. 야근하면서도 집에 있는 가족들 저녁식사 걱정했던 시간도 있었다. 주말이면 어른들 찾아뵙느라 내가 계획한 시간은 늘 뒷전이었고 포기하기 일쑤였다. 해야 했고 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으로 이어져 언제쯤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늘 꿈꾸기도 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했던가. 정신없이 보낸 젊은 날이 지나고 보니 여유로움이 찾아오는 때가 있더라. 50대가 되어서야 그때를 만난 것이다. 나이 들었다고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좋은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살면서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주변사람을 챙기다 보면 나는 늘 뒷전인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 현실에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것이 나쁘지 않았지만 그런 시간이 오래 이어지면서 나는 어디에 있는지 모를 만큼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음이 속상했다. 자신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지만 눈앞의 현실은 언제나 팍팍했다.


그렇게 동동거리며 살았던 시간이 있었으니 나이 들어 여유로움도 맛볼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런 시간 없이 날마다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면 지금의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마실 나갔다가 맘에 드는 찻집에 잠시 들러 차 한잔 하는 여유를 부리고, 저녁 먹고 즐겨 찾는 카페에서 글 쓰는 시간을 갖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는 감히 누려보지 못한 시간이다. 이런 여유로움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어.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50대가 되고 나서야 찾아온 시간인걸.


나이 들어 찾아온 여유로움이 더없이 좋다.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맘껏 누리고 싶다.

지금이 참 좋다.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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