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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Nov 25. 2020

상처, 나를 돌아보는 시간

스스로 낸 상처에 아파하다                    



스스로 남긴 상처가 가장 크다는 것을 알았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가족에게 받는 상처도 있고

친구나 동료에게 받는 상처도 있고

심지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요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가장 큰 상처를 준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난한 삶이 싫어서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이 그랬다.

어릴 때부터 부잣집에 사는 친구와 비교하면서 스스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았다.

몇몇을 제외한 많은 친구들이 나와 비슷한 가난한 환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난 가난이 정말 싫었다.


그 기억이 싫어서 잘 사는 친구가 싫었던 적도 있었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나의 현실도 싫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발악하게 만든 것은 나 자신이었다.


남들보다 못한 환경에서 좀 더 나은 나 자신을 만들기 위해 몸부림친 것도 그랬다.

가난은 빨리 철들게 만들었고 혹독한 현실의 맛을 빨리 맛보게 했다.

기댈 수 있는 배경이 없는 환경에서 맨땅에 헤딩해봤자 머리에 상처만 남길 테지만,

일하고 배우고 익히고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억척스러운 삶을 살게 한 것도 나 자신이었다.


남들만큼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며 아등바등 살아온 것도 그렇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나는 당연히 맞벌이를 할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오랜 직장 생활을 했으면 결혼하고 잠시 쉬고 싶을 만도 한데, 나는 쉬지 않았다. 쉼의 시간을 갖는 순간 애써서 이루어놓은 삶이 뒤처지게 될 거 같은 조바심이 있었다.  다시 남들보다 뒤처지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동동거리는 삶을 선택한 것도 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나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고

남들만큼 잘 사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를 병들고 상처 나게 만드는 시간은 길고 오래 이어졌다.


좀 가난하면 어때서

좀 없이 살면 어때서

남들보다 좀 덜 가지고 살면 어때서

그것을 못 견뎌하고 그토록이나 안달복달했는지

나 자신에게 미안해서 견딜 수 없게 한다.

남들만큼 잘 살게 된 지금,

바보같이  스스로 낸 상처에 아파서 울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좀 천천히 가자.

토닥토닥 다독이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애써 천천히 가자.



 

천천히 가도 괜찮아 중,

열심히 할 때가 있었습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일단 생존이 먼저였습니다.

늘 그게 최선이라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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