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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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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Nov 29. 2020

그냥 그곳이 좋다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여름

가을은 화려하고                    



단풍이 곱다.

보는 곳마다 예쁘게 단장하고

어서 오라는 듯 환영해 주는 모습에 반한다.

메마른 듯 보이는 가을 산은

단풍의 화려함으로 그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 가는 곳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안겨준다.

짧은 시간 아름다움을 뽐내는 가을 산,

잠시 한눈팔면 볼 수 없다.

가을 산은 화려하다.



칼바람 부는 겨울은



눈이 오지 않은 겨울산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푸르름도  화려한 단풍도 사라진 모습,

메마른 낙엽과 앙상한 나무가 보여주는 쓸쓸함은

겨울산을 더 춥게 만든다.


칼바람 부는 황량한 겨울산에

흰 눈이 내리면,

세상에서 제일 포근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한다.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세찬 칼바람 속에서도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기분은 느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아무도 찾지 않을 거 같은

눈 덮인 산에 오르는 기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새 생명이 움트는 봄에는



연한 초록으로 변한 봄은

모든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 동안 잠자던 모든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고

여기저기서 살아있음을 알리며

빼꼼 인사하는 모습이 반갑다.


나무도 풀도 이쁘다

숲 속 가득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온몸 가득 물을 머금은 듯 촉촉해진다.


연한 초록에서 진한 푸르름을 준비하는 봄은

생명의 탄생을 알린다.



나무와 바위까지 물오른 여름은



초록으로 물든 여름 산은 힘차다.

어딜 봐도 튼튼함이 느껴진다.

나무도 바위도 공기도 하늘의 모습도 건강하다.


푸르고 건강한 여름 산,

더위에 지쳐 숨을 헐떡거리게 될 때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더위를 잊게 해주는 꿀맛 같은 바람이다.


지쳐 오른 정상에서 느끼는 시원함은

모든 근심을 다 털어버릴 수 있는 상쾌함을 안겨준다.

진한 초록의 여름 산은,

힘들지만 건강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내가 좋아하는 그곳은,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여름,

사계절, 어느 한 계절도 버릴 수 없다.


새 생명이 움트는 봄,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

울긋불긋 화려한 가을,

순백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겨울,


내가 산을 찾기 시작한 것은 어느 봄날이었다.

모든 것이 무료해지고 삶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을 때

우연히 접하게 된 산행에서 삶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었다.


거침 숨을 몰아쉬며 힘들고 힘든 오름을 왜 하는지,

내려올 것을 왜 올라가는지,

덥고 추운 날, 땀 흘리고 추위에 떨며 왜 오르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다고도  한다.


나는 그곳이 좋다.

포근히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아서 좋고

나무를 보고 바위를 보는 것도 좋다.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반갑다.

날마다 같은 모습인듯하지만,

날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산에서는 겸손해진다.

마음이 포근해진다.

쓸데없는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받아주는 편안함을 준다.


나는 그냥 그곳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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