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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Nov 30. 2020

브런치 하다 갈비 태웠네

현실이 될 수 없어도 꿈꾸며 삽니다


아들바보 엄마입니다. 며칠 전에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돼지갈비를 준비했습니다. 저녁 준비를 하면서 미리 양념에 재워둔 돼지갈비를 가스불에 올렸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하느라 애쓴 아들이 맛있게 먹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가스불에 올려놓고 시간을 좀 들여 부드러운 갈비가 될 수 있게 은근하게 익기를 바라며, 잠시 브런치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러다가, 갈비를 태우고 말았네요. 잠깐 시간이 흐른 거 같은데 이런 일이. 속상합니다.






요리를 못하는 엄마가 아들을 위해 애써 준비한 정성이 수포로 돌아가고 혼자 씩씩거리며 속상해하다가, 생뚱맞게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참 허황된 꿈이기는 했지만, 그런 꿈을 꾸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빈부의 격차를 다루는 드라마가 많이 있었지요.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잣집 장면 중에 크고 넓은 집도 좋아 보이고 어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풍요롭게 살아가는 넉넉함도 부러웠지만, 제가 가장 부러웠던 장면은 가정부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사는 삶이 왜 좋아 보였을까요? 가정부의 도움을 받으며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우아하게 사는 사모님의 모습이 젤 좋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드라마 속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고도 한동안은 그런 꿈을 꾸기도 했었지요.


난 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로 살 거야,

넓은 집에 가정부의 도움을 받으며 우아하게 살 거야,

멋진 차에 운전기사도 있었으면 좋겠어,

정원에서 우아하게 차 한 잔 하면서 하루를 시작할 거야,


이렇게 정말 허황된 꿈을 꾸기도 했답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슬픈 현실을 알게 되었지만, 꿈과 이상은 그런 허황된 것으로 시작되어 현실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닐까요? 현실의 삶과 생각하고 바라는 이상적인 삶은 차이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상적인 삶을 위해 끊임없이 꿈을 꿉니다.


돈이 아주 많은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도움받을 수 있는 가정부 대신, 우리 집의 가정부가 되어 열심히 살림을 일구고 있고,

멋진 차는 아니어도 가고 싶은 데는 다 데려다주는 잘 달리는 자동차와  멋진 기사님은 항상 대기하고 있고,

넓은 정원은 아닐지라도 아늑한 거실에서 차 한 잔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현실적인 삶에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성공한 거 아닐까요?


현실이 되었으면 하고 꿈꾸던 일들, 얼마나 이루어졌나요? 현실과 이상은 동떨어지게 점점 멀어질 수도 있지만, 또 꿈이 현실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거 같습니다. 현실과 이상이 만나는 지점이 내가 원하는 시간과 딱 맞아떨어지면 정말 행복할 거 같은데, 그리 만만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돼지갈비를 맛있게 요리하는 동안, 브런치에 빠져 있어도 좋을 현실이 될 수 있기를 꿈꿔봅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이상적인 삶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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