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범

by 미미빵집

오른쪽이 왼쪽에게 속삭인다. 오른쪽의 왼쪽에서 왼쪽을 봐왔다고 밤마다 왼쪽 꿈을 꾸었다고


내게도 네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나를 품던 나를 기도한다.


내가 버렸고 내가 버려졌고


비로소 오른쪽과 왼쪽이 탄생하였다.


나를 애원하던 날은 잘못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도 후회도 할 수 없었다.


날 애원하던 나는 내가 맞는데 선명과 어두움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순서를 잃어버렸고 나는 오른발 왼발 왼발 왼발. 자꾸만 깡충거렸다.


오른쪽으로 살아갈수록 오른쪽은 지워졌다. 아무도 모르게 나는 희미해진다.


검은 지붕과 검은 벽면이 살가죽에 닿았고 나는 구멍 없는 문고리만 잡는다.


굳은살은 어린 날을 생각하며 낮고 길게 호흡한다.


굳은살의 숨소리들로 가득한 방, 폐쇄된 방에 갇힌다, 갇히고 갇힌 나를 가두고 잠근다.


아무것도 없는 내게 그렇게 내가 없는 내게 남은 건


중앙선을 넘지 마시오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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