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속의 고독

by 미미빵집

오늘 기분은 어때요. 많이 힘들거나 그렇지는 않았죠. 그렇겠죠. 그렇다면 오늘은 편지 쓰기를 할 거예요. 알록달록 색들이 준비되어 있고요. 모든 색을 사용해도 좋아요. 좋겠어요. 행복했던 기억 사랑하는 것들을 적어보기로 하죠. 시작할게요.

검은색을 쥔다.


틈새가 생겨 지퍼를 잠가줬다. 바람이 서늘하다며 내가 따뜻해져야 한다며. 마주 잡은 두 손에서 포근한 기운이 맴돌았다. 맴도는 것들 속에서 맴도는 것들.

정말 행복했겠어요.

맴돌았죠. 자꾸만,

검은색을 다시 쥔다.


우리는 강을 품은 공원을 돌았다. 돌고 돌며 기억하고 싶은 기억들을 나눈 것 같다. 봄이 오면 여기에서 만나자며 다툼이 생기면 지금을 되찾자며. 잠시 두 손을 놓고 엄지와 약지만 잡는다. 빨개진 코끝을 기억하며 달아올랐던 그곳을 매만진다.

진심으로 사랑했군요.

어루만지죠. 가끔씩,


검은색을 놓는다.


알록달록은 필요 없거든요. 숨을 수 있게 숨은 것은 다시 숨 쉴 수 있게. 검정은 찾을 수 없더라고요. 검은색을 사용해서 좋아요.

정말 좋겠어요.

(검은 글자를 자른다.)


파편화된 글자 속에서 그날을 찾을 수 없다.

과거가 된 편지를 과거의 그에게 보낼 수 없다.

글자를 편지봉투 안에 버린다.

버려진 기억과 사랑들이 모이면 검정이 된다.


내가 기억해요.

나만 기억하고 있죠.

그러니까 내가 여기에 있잖아요.

왜 나만 이러고 있는 거죠.

왜일까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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