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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Mar 21. 2022

INFJ의 책방

책방 시나몬베어

2,30대만 해도 나의 MBTI는 INTJ였다. 그런데 한 달 전에 해본 검사 결과에서는 INTJ와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는 ENFP로 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계획형이 감정형으로 바뀌다니. 문득, 나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라고 표현한 동료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단조로운 걸 참지 못하는 열정형 ENFP의 기질이라면 늘 사건이 있는 내 삶에 대한 해명이 될 것 같았다.

'그래, 나는 원래 명랑하고 열정적인 아이였는데! 이제야 잃어버렸던 예전의 나로 돌아왔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다시 검사해보니 INFJ가 나왔다. 이건 또 뭔가....

사실 내가 ENFP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네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했고, 아이들도 엄마가 검사를 잘못한 것 같다고 반응했다. 사실 나도 ENFP라고 하는 개그우먼 박나래, 홍현희, 가수 딘딘, 싸이, 배우 전소민,  개그맨 정준하와 내가 공통점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활발한 분위기와 비교하면 나는 침울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활발한 사람은 아닌데... 몸이 약해서 그럴까? 타고난 기질과 저질 체력의 부조화일까?'

나는 인터넷에서 INFJ의 특징들을 검색해 보았다.  


INFJ유형의 특징

- 작은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등,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감성과 비슷합니다. (오, 맞아!)

-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MBTI 유형 중 하나입니다. (음, 그래서 사람들에게 나를 설명해야 하는 피곤함을 느꼈던 걸까?)

- 이상주의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겉으로는 공감하지만 속으로는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머, 어떻게 알았지?)

-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INTJ와 혼동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그동안 INTJ라고 생각했던 거구나.)

- NI(내향 직관)를 주기능으로 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좋아하며 상상력, 창의력, 독창성이 뛰어납니다.(아주 기분 좋은 특징이군.)

- 자신만의 철칙이 분명하기 때문에 고집이 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이건 진짜 공감해. 사람들은 철칙과 고집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아.)

- 사회적 불의에 민감하고 높은 도덕적 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 그래서 총대를 메고, 상처를 받지.)

- 호기심이 많고 열정적이며 항상 질문합니다. (맞아, 나는 지독한 질문 봇이야.ㅋ)

- 자신의 창작물을 펼칠 수 있는 창작물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작가가 되었나 봐. 난 이 일을 사랑해.)

- 이 유형은 번아웃에 취약합니다.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업무, 과도한 업무량, 불편한 관계에 대해 쉽게 지칩니다. (그래서 결혼생활이 힘들었나 봐. )

-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즉흥적인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 보수적이고 반항적이며 동시에 감정적이고 합리적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점을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겠지?)

- 남다른 열정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즐기지만 그 열정이 한계를 넘으면 쉽게 피로해지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 거짓을 싫어하고 진실을 소중히 여깁니다. 다정하고 따뜻하지만 또한 매우 차갑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남자 친구들한테 늘 듣는 말이었어.)

- 겉으로 보기엔 매우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난로처럼 따뜻합니다. (그래서 마음 열기가 어려운 것 같아.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내 안의 연료를 떼고 싶진 않으니깐. )

- 감정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립니다.



INFJ의 특징들을 보면서 책방 운영으로 입소문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마음의 평안은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책방으로 출근을 해서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동안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빅이슈 잡지나 책들을 읽으면 내적 충만함을 느낀다. 불안감이 높아 잠 못 들었던 요즘의 나에겐 이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  

수원에서 나보다 먼저 책방을 연 랄랄라 하우스의 소라 선생님은 책방을 통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만남과 가치를 만나게 될 거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기대하고 있다. 가치관이 비슷하고, 정직하고 따뜻한 사람들과 인연이 닿기를 바라고 있다. 이왕이면 나와 같은 INFJ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배우 남주혁, 서강준, 차은우, 2PM 준호, 수지, 천우희 모두 INFJ라고 하던데... 다음 생에서 만나야겠지....)


4월 말부터는 책방에서 프로그램을 열기로 했다. 색연필로 그리는 식물 세밀화 워크숍과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들을 위한 1대 1 독서코칭을 시작할 거다. 다만 코로나 때문에 시작일이 더 미뤄질 것 같아 걱정일 뿐이다. 프로그램을 열어야 월세를 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일상, 미래에 대한 불안, 건강에 대한 걱정과 고단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나는 책방에서 평정심을 가지려 한다. 오늘도 불안정한 내면을 붙잡으며 책방 문을 열었다.

오늘은 춘분이다. 그런데 아직도 겨울의 손을 꽉 붙잡고 있는 것 같다.

어서 부드러운 봄이 왔으면 좋겠다. 벚꽃이 피고, 라일락이 보라색 꽃망울을 터뜨리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과 마음에 조금의 따사로움이라도 깃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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