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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Apr 22. 2022

그림책 작가의 책방 - 자코미누스

책방 시나몬베어

자코미누스, 달과 철학을 사랑한 토끼 / 레베카 도트르메르 글 그림/ 이경혜 옮김/ 다섯수레


제가 무척 아끼는 책입니다. 그래서 잘 소개하지 않는 책이기도 한데요, 이 책의 그림과 글을 심드렁하게 넘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 예술적인 그림책은 아이들이 읽기엔 조금 버거울 수 있습니다.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도 집중력이 필요한 그림책이죠. 감히 인생에 대해서 말하니까요. 한 번은 토끼를 좋아하는 어떤 아이가 그림 속에서 주인공 토끼만 찾으며 휘리릭 책을 넘겼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 거대한 장면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글자 하나하나의 연결에도 작가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아이들이 읽기에 버거운 책이었기에 저도 이해합니다. 그렇게라도 책을 즐긴다면 좋은 일이죠. 

'자코미누스, 달과 철학을 사랑한 토끼'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선 10초가 넘는 시간을 써야 합니다. 3초 안에 관심을 끄는 광고나 오프닝이 아니면 아예 스킵해 버리는 요즘 시대에 역행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그림책이에요. 빠르게 넘어가는 세상 속에서 글을 읽고 그림을 보는 시간만 해도 20초 이상이 걸리고, 빼곡한 인물들 속에서 자코미누스를 찾는 일도 어려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피터 래빗을 그린 베아트리스 포터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자코미누스라는 주인공의 매력 때문입니다. 초록색 니트 조끼를 입고, 한쪽 다리를 저는 자코미누스는 결핍을 가져서 사색에 잠기게 된 내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결핍을 갖고 있고, 가끔씩 인생에 대한 질문으로 생각에 잠기게 되지 않나요? 

거기에 화가 밀레, 모네, 렘브란트의 그림이 떠오르는 무르익은 색감과 대형 스크린의 영상을 보는 듯한 연출도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에 대한 철학과 낭만을 너무 가볍지도, 너무 모호하거나 요란스럽지도 않게 그려낸 스토리가 가슴을 울립니다. 

이 책은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잠기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희미했다가 점점 선명하게 떠오르는 자신만의 답을 건지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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