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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May 11. 2022

작가의 책방-살아 있다는 건

책방 시나몬베어

살아있다는 건 /다니카와 슌타로 시, 오카모토 요시로 그림/ 권남희 옮김/ 비룡소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이 땡긴다." 라는 말을 하던데요, 그건 위로가 필요해, 마음이 힘들어, 또는 쓸쓸하다.라는 의미일까요? 저는 술, 담배뿐 아니라 커피도 마시지 못하지만 남들이 술이 땡기듯 '시가 땡기는 날'이 있답니다.  

'산다는 건 뭘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히는 날이면 운전을 하다가 길을 놓치기도 해요. 그런 날이면 시를 찾아 읽게 되는데요, 이 책에는 그런 실존에 대해서 건네는 따뜻한 시가 실려 있어요. 그리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다정한 그림들이 있지요. 추상적인 이미지를 잔잔한 일상의 그림으로 풀어낸 글과 그림의 하모니가 아름다워요. 시 그림책을 이렇게 풀다니... 감탄하며 읽었어요.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이 되었어요. 그래서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답니다. 이 아름다운 글과 그림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살다  -  다나카와 슌타로 시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너와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륨

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것

그리고

숨겨진 악을 조심스럽게 거부하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라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갓 태어난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순간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는 날갯짓한다는 것

바다는 넘실댄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네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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