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시나몬베어
도망치고, 찾고/ 요시타케 신스케 글 그림 / 권남희 옮김/ 주니어 김영사
2021년에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는 1917이었습니다. (필름 드로잉 매거진에 영화 1917을 그린 그림과 함께 흥분한 마음 상태로 글을 올렸었죠.) 그리고 그림책으로는 제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은 '키오스크'가 있어요.
올 2022년에는 아직 '헤어질 결심', '로스트 도터', '파워 오브 도그'등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인생 영화를 꼽을 순 없지만 인생 그림책은 만났어요. 바로 오늘 올리는 '도망치고, 찾고'입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반짝이는 상상력과 유머 넘치는 그림책은 모든 연령에게 사랑을 받고 있죠. 그중 작년에 출판된 '도망치고, 찾고'는 진짜 어른이 해줄 수 있는 따뜻한 응원과 위로가 담긴 그림책입니다.
읽자마자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깜작 놀랐어요.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지구 상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찡 했어요. 인간관계에 대해 회의적인 제가 앞으로 무엇을 바라야 할지 답을 얻었다고 할까요?
책이 아니라면, 그리고 이렇게 간결하고 재치 있게 말하는 요스타케 신스케의 그림책이 아니라면 제가 누구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아마 여러분 중 누군가도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저처럼 펑펑 울지도 몰라요.
.......... 그리고 또 하나,
네 다리에 주어진 임무가 있어.
바로 '너를 지켜줄 사람'
'알아줄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거야.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많이 있지.
하지만 착한 사람도 많아.
둘 다 진짜 맞는 말이야.
그래, 사람은 움직일 수 있어.
움직일지 말지 스스로 정할 수 있어.
마음 둘 곳도 움직일 수 있어.
자신을 바꾸기 위해 움직여도 좋고,
자신을 바꾸지 않기 위해 움직여도 좋아.
지금은 네가 돌아다닐 수 있는 범위가 아주 좁을 수도 있어.
하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너는 어디에든 갈 수 있을 거야.
우주에도 갈 수 있을지 몰라.
못된 사람한테서 와다닥 도망쳐서
소중한 사람을, 소중한 무언가를 찾으려 가렴.
너와 닮은 사람, 너와 함께 깔깔깔 웃어 줄 사람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거야.
그 사람도 분명 너를 찾고 있을 거야.
그 사람은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몰라.
그 사람은 책 속에 있을 수도 있지.
그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어.
그 사람은 영화 속에 있을지도 몰라.
당장은 찾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찾기를 그만둔다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계속 찾자.
그러니까 계속 움직이자.
'위험해!'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움직여.
'좋아해!'라는 생각이 들어도 곧바로 움직이고.
우리는 움직이기 위해 살아 있으니까.
얘 좀 봐.
이 아기도 계속 움직이는 연습을 하고 있잖아?
도망치고, 찾고, 움직이고, 움직여서
부디 언젠가 네가
멋진 무언가를,
멋진 누군가를,
찾을 수 있기를.